상속포기와 한정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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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포기와 한정승인
  • 노한장 <청운대학교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25.03.27 13:10
  • 호수 883호 (2025년 03월 27일)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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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노한장</strong> <br>청운대학교 부동산경영학과 교수<br>​​​​​​​칼럼·독자위원<br>
노한장 
청운대학교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상속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는 보통 재산을 물려받는 것부터 머리에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실제 상속문제를 처리할 때에는 물려받을 재산보다도 빚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므로, 재산뿐만 아니라 빚까지 고스란히 물려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속인이 아무런 이의나 조건 없이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단순승인이라 한다. 법을 잘 알지 못해 단순승인이 확정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피상속인이 빚만 남기고 돌아가셨거나 상속재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 상속인은 자기의 고유재산까지 동원해서 상속빚을 갚을 의무가 있으므로, 큰 곤란에 처하게 된다. 

물론 상속인은 단순승인을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으며,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면 상속관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공동상속인 중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빚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상속분의 비율로 귀속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공동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고 빠지는 것도 궁극적인 빚의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민법상 상속순위는 피상속인의 최근친 직계비속, 최근친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으로 돼 있으므로(배우자는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동순위 상속인이 되고, 이들이 없는 경우 단독상속인이 된다),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순차적으로 후순위 상속권자에게 빚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속포기로 빚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4순위인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모두 법원에 가서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하는데, 온 집안이 시끄러울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은 방법이다. 또한 얼핏 보기에 빚이 많을 것 같아 상속을 포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빚을 갚고도 남는 재산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를 찾아올 방법이 없다. 

상속포기제도는 이와 같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한정승인이다. 상속인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는 데 이를 한정승인이라 한다. 

따라서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더라도 자기의 재산까지 털어 상속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 또한, 한정승인을 하더라도 그가 여전히 상속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다음 상속순위자들에게 빚이 넘어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집안을 시끄럽게 할 이유도 없고, 상속인들이 몰랐던 상속재산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잃게 되는 낭패도 방지할 수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해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상속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고, 미성년자인 상속인은 성년이 된 후 그 상속의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다만,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하거나 정해진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후에 상속재산 은닉, 부정소비, 고의로 재산목록에 미기입 등 이른바 법정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이 인정되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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