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서 푹 고아 낸 ‘보약 같은 국물’ 맛보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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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서 푹 고아 낸 ‘보약 같은 국물’ 맛보셔유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4.10 08:22
  • 호수 885호 (2025년 04월 10일)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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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신문이 추천하는 맛집] 〈16〉 덕산면 ‘뜨끈이집’
한우 사골에서 나오는 깊은 맛
엄선된 재료 아낌없이 사용해
첫술부터 마지막까지 ‘맛있다’
저절로 눈이 감기는 맛, 선지는 무한리필된다.

[홍주일보 예산=이정은 기자] 덕산의 온천 거리에 자리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33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뜨끈이집(대표 윤병선)’은 이미 블루리본서베이와 식신에 여러 차례 선정된 맛집이다.

입구에 적힌 1992년이란 숫자에 믿음이 생긴다. 외벽에 붙은 ‘희망풍차 나눔식당’, ‘장애인복지과 후원업소’, ‘우리동네 나눔가게’ 표식은 더욱이 마음을 움직인다. 이어 실내 벽면엔 이런저런 유명인들의 사인(sign)이 붙어있고, 은은히 번져오는 냄새는 침샘을 자극한다.

“제일 잘 나가는 게 뭐예요?”

금세 ‘해장국’이 담긴 뚝배기와 공깃밥, 선지, 양념장, 두 가지 김치가 놓인다. 제일 먼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뚝배기로 숟가락을 가져간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따로 담겨나온 선지에 닿아있다. 쌀뜨물같이 부연한 국물에 시래기가 숟가락에 채일 만치 가득이다. 조각낸 선지에 국물을 약간 적셔 맛을 본다. 어라, 식감이 특이하다. 그동안 먹어왔던 선지에서 느껴보지 못한, 탄력 있으면서 퍽퍽하지 않은 낯선 조직감이 인상적이다. 국물에 적셔있지 않는데도 촉촉하고, 먹어도 먹어도 선지 특유의 텁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야 제대로 국물을, 연거푸 숟가락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마시듯 한다. ‘심상치 않다’ 깔끔하고 깊숙한 맛이다. 마치 유려하게 써 내린 긴 호흡의 문장을 단박에 읽어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끼친다. 기분 좋게 생소해 홀린 듯 국물과 선지를 탐식한다. 시래기는 마치 그물에 달라붙은 미역처럼 끊임없이 건져 올려진다. 구수룸한 시래기와 마늘 향이 입안 구석구석 배어든다. 이 은근한 맛에 눈꺼풀이 저절로 감긴다. 

윤 대표에게 음식을 조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육수를 신경 써서 잘 뽑아내는 게 중요하죠. 저희집은 가마솥에 소뼈를 듬뿍 넣고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가량 고아네요. 뭐든지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만들고 있어요.”

가마솥에서 뽑아져 나온 100% 한우 사골 육수는 해장국, 곰탕, 양곰탕, 도가니탕, 꼬리곰탕, 우족탕, 양수육, 도가니수육, 꼬리수육 등의 갈래로 뻗어나간다. 깊은 맛을 기초로 했기에 무엇을 담아도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가마솥은 무쇠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온도 보존이 잘 돼서 국물이 계속 끓어요. 일반 냄비보다 훨씬 더 깊게 우러나오죠. 깊은 맛을 뽑아내고 그 맛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게 바로 가마솥이에요.”

뜨끈이집은 꼬리와 도가니는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외 모든 재료는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하며, 그 중 무·배추·고춧가루·청양고추·시래기 등은 윤 대표의 친정 오빠와 언니가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전 메뉴 모두 윤 대표의 손을 거쳐 손님상에 오르게 되는데, 메뉴가 완성되는 과정 즉, 식재료 손질부터 조리까지 일일이 공을 들이고 있다. 육수와 김치 담그기는 물론이고 얼큰한 맛을 선호하는 손님들을 위해 셀프 코너에 준비해 둔 잘게 썬 청양고추조차 직접 배를 갈라 썰고 있다.

“사실 작은 부분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들은 완제품을 들이는 게 가격 면에서도 이득인데, 저희는 아무래도 확실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하나하나 다 직접 하고 있어요. 시래기 작업도 직접 하는걸요. 매년 11월이면 1만 포기 분량의 시래기 작업에 들어가요. 그땐 김장하고 시래기하고 김장하고 시래기하고 매일 번갈아 반복하며 며칠 내내 이어져요.”

이 작업을 마친 뒤 윤 대표는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로 고되지만 모든 과정을 세세히, 본인이 직접 해야만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이 또한 뜨끈이집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이지 않을까.

1992년 초입, 윤 대표는 아는 지인(서산 뜨끈이집)으로부터 1년여간 현재의 뜨끈이집 메뉴들을 배워 같은 해 12월 덕산에 뜨끈이집을 오픈했다. 당시 뜨끈이집은 지금의 자리가 아닌, 가야 호텔 부근 허술한 건물을 수리해 9년간 운영하다 2000년도에 현재의 위치로 이사하게 됐다.

“그때 제 나이가 서른하나였어요. 예산으로 시집와서 한복 꿰매는 일을 하다가 여차저차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음식 장사해 보고 싶으면 언제든 배우러 와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분이 운영하시던 곳이 서산 뜨끈이집이었는데, 거기가 워낙 크고 장사도 잘되는 집이다 보니까 뭐 겁도 없이 장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여기도 덕산 온천이 있고 하니까 웬만큼 장사가 되지 않겠나 싶기도 했고요. 서산에서 주방 일을 배울 때, 같이 일하시면서 저를 가르쳐주시던 동료 분이 교통사고로 인해 팔에 깁스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더 빨리 배우게 된 것 같아요.”
 

해장국 차림, 계속 마시고 싶은 국물과 탄력있으면서도 부드럽게 흐트러지는 선지.

뜨끈이집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는 해장국이며, 아이 손님에겐 살코기가 들어간 곰탕이 인기라고 한다. 또한 주류와 함께하기 좋은 안주용 메뉴도 준비돼 있어 지역민은 물론 온천객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손님들이 환하게 웃으시면서 ‘너무 잘 먹고 간다’고 말씀해 주시면 정말이지 어렵고 힘들어도 피로감이 싹 풀려요. 그리고 어렸을 때 아빠 손에 이끌려 오던 따님이 성인이 돼 본인의 딸과 함께 오셔서 반갑게 인사해 주시면 정말 장사하는 보람이 느껴지고 감사하죠.”

윤 대표는 힘닿는 데까지 주방일을 해나갈 거라 말한다. 훗날 딸과 사위가 뜨끈이집을 이어 나가면서 뜨끈이집의 가마솥은 계속해 김을 피워낼 것이다.

“저는 평생 식당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여기에 있어야 생기가 돌아요. 장사하면서 자식들 가르치고 손자·손녀 보고 했으니 보람되고 감사한 일이죠.”

여건이 좋지 못했던 초창기, 밤을 새워가며 육수를 끓이던 윤 대표의 노력이 지금의 뜨끈이집을 만들었다. 대를 이어 운영될 뜨끈이집엔 아빠 손에 이끌려 오던 따님이 본인의 딸과 함께 왔듯, 손님 또한 대를 잇고 이어 자신의 딸 또는 아들을 데리고 방문할 것이다.

뜨끈이집 메뉴
△해장국 10,000원 △곰탕 12,000원 △양곰탕 14,000원 △도가니탕 19,000원 △꼬리곰탕 23,000원 △우족탕 17,000원 △양수육 40,000원 △도가니수육 55,000원 △꼬리수육 65,000원 


ㆍ주소: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산온천로 331-6
ㆍ영업시간: 오전 6시~오후 8시 | 오후 3시 30분~5시 브레이크타임 | 매주 수요일 정기휴무
ㆍ전화번호: 041-338-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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