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발이든 콩 국물이든 간에 어따 내놔도 자신 있슈.
자신 없으면 팔 생각을 말어야지~ 안 그류?"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아직 겨울인가 싶을 만치 이른 봄, 땅바닥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던 봄까치꽃이 이제는 민들레와 높이를 겨누며 완연한 봄을 이윽고 도래할 여름을 예고한다. 한낮엔 송골한 땀이 맺히니 우리는 자연스레 시원한 음식을 찾게 된다. 때마침 ‘소문난 콩국수 개시’란 커다란 글씨가 적힌 현수막이 시선을 붙든다.
여기, 홍성방면 21번 국도변에 자리해 45년째 계절 따라 단일 메뉴로만 승부를 보는 곳이 있다. 겨울엔 팥칼국수로, 여름엔 콩국수로 지역민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맛객들을 불러들이는 ‘대교식당(대표 김영두·강인숙 부부)’은 이미 소문이 자자한 맛집이다.
대교식당은 시골 대로변을 지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외향인지라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설핏 지나치기 쉽다. 반전, 실내는 맛집 기운이 물씬하다. 뒤따라 상당히 청결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빈 테이블로 걸어가며 “2명이요”하고 주문을 완료한다. 자리에 앉아 내부를 두리번 살핀다. 식사에 여념 없는 정수리들, 테이블에 놓인 거라곤 설탕과 소금이 전부다. 세월을 무시하듯 찌든 때나 덜 닦인 무엇은 찾아볼 수 없다. 메뉴판만큼이나 간결하고 깔끔하다.
머잖아 콩국수 대접과 정갈하게 썰린 김치가 놓인다. 푸르스름한 콩 국물과 한눈에 봐도 쫄깃
해 보이는 새하얀 면발, 거기에 오이채와 깨소금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카메라에 이것들을 담는 동안, 고소한 냄새가 부드럽게 코에 스미며 정체성을 전달한다. ‘이건 무진장 고소하면서도 분명히 맛있을 거야’라고.

먼저 콩 국물부터, 고소한 맛을 바탕으로 꾸밈없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마치 이 가게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인상처럼 맛 또한 그러하다. 다음으론 면발이다. 쫄깃하고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 잘 삶고 잘 씻은 면발이다. 고명으로 올라간 오이와 깨는 이따금 청량하게, 더욱 고소하게 맛의 변화를 일으키며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 그런데, 콩 국물과 면의 양이 상당하다. 톱톱한 콩 국물을 연거푸 마시듯 하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뚝 나와 하는 수 없이 면을 남기고 말았다. 여름철 맛집을 찾았구나, 반색하면서.
김영두·강인숙 대표에게 맛의 비결을 물었다.
“일단 콩을 비린내 안 나게 잘 삶는 게 중요하쥬. 냄새가 나면 돼간~! 안 되지~ 첫째가 그거여. 그리고 우리는 서리태랑 참깨 농사를 지어유. 5월 되면 점심 장사 부리나케 준비해 놓고 밭에 올라가서 그거 심느라 정신없슈. 깨는 타작해서 뒀다가 그때그때 쓸만치만 볶아서 쓰고 그러지. 미리 볶아 놓으면 소용없슈. 소금도 천일염 사다가 간수 빼고 볶아서 쓰고. 콩 국물은 서리태랑 소금으로 밑간하는 거 그게 다유~ 일절 첨가물은 없슈.”
철 따라 1개의 메뉴만 판매하지만, 김영두·강인숙 대표는 주재료로 사용되는 콩과 고명으로 쓰이는 깨를 직접 농사짓고 자잘하게 여길 수도 있는 소금까지도 직접 볶는 등 콩국수 한 그릇에 담기는 모든 것에 세세하게 정성을 쏟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쫄깃한 면발은 김영두 대표가 직접 반죽하고 뽑아낸다.
“우리가 이 자리서 45년 됐는디 처음엔 한식허다가 그 담엔 중화요리를 했거든유. 고때 면을 좀 뽑아봤으니께 암만혀도 면발엔 자신있쥬.”
1995년 무렵, 21번 국도가 비포장도로이던 시절 김영두·강인숙 대표는 한식집을 운영하다 중화요리로 변경, 이후 고심 끝에 현재의 메뉴를 판매하게 됐다.
“여가 원래는 비포장도로인 데다 주변에 음식점이 없었슈. 그런디 점점 하나둘씩 생기데. 그래서 ‘아 뭔가 좀 특별한 걸 하고 싶은디’ 생각하고 있었슈. 우리가 중화요리를 할 당시엔 서리태가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혔던 때라 이런 스타일 콩국수는 없었거든유? 그런디 서리태로 콩물을 내보니께 이게 여간 맛있는 게 아니여~ 그러니께 이걸로 하게 된규.”

김영두·강인숙 대표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콩 삶기’를 터득했다. 덜 삶으면 비린내가, 더 삶으면 메주 맛이 나기 때문에 콩을 삶는 시간에 따라 콩 국물의 맛이 좌우된다.
“면발이든 콩 국물이든 간에 어따 내놔도 자신 있슈. 자신 없으면 팔 생각을 말어야지~ 안 그류? 콩이니 깨니 전부 다 농사짓고 수확하고 오이는 심는 걸로만은 안 돼서 일부 사와야 되는디, 발주 넣는 건 안 돼유 직접 눈으로 보고 싱싱헌 거 골라와야쥬.”
이어 강인숙 대표는 “맛과 청결, 친절 이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 기자의 느낀 바가 일치한다.
“농사지으랴 장사하랴 힘들긴 힘들어유. 그래도 힘닿는 데까진 계속해야쥬. 손님들이 우리더러 아프지 말라고 그류. 그래야 오래 먹으러 올 수 있으니께~ 홍성서 살다가 타지로 이사간 손님이 15년 만에 오셔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맛이 어떻게 똑같냐’면서 묻더라구유. 제천, 청주 참 멀리서도 많이 오셔유. 그러니께 계속해야쥬.”
봄과 여름으로 자라난 신록은 초록빛깔 춤을 추며 부지런히 깍지를 만든다. 온통 초록인 공간, 검정 알맹이가 토도독 문을 열고 나올 때 빨간 잠자리가 이를 환영하듯 허공을 떠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정직한 요리사, 그의 얼굴에 소탈한 농사꾼의 미소가 아스라이 번지고 짙게 그을린 거친 손에선 한시적으로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 태어난다. 여름철 별미, 콩국수 개시!
◆대교식당 메뉴
△콩국수(여름) 9,000원 △콩국수 곱빼기 10,000원 △콩국수 사리 2,000원 △팥칼국수(겨울) 10,000원
ㆍ주소: 충남 홍성군 금마면 충서로 2281
ㆍ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재료 소진시 영업 종료) | 연중무휴
ㆍ전화번호: 041-633-7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