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업계 오래된 관행… 표준시방서와 괴리 심화
시방서 위반 의혹도… 발주기관 관리감독 책임론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충남도청을 품은 내포신도시의 대표 공원인 홍예공원에서 지난 2015년 조성 당시 나무뿌리에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은 채 식재한 사례가 뒤늦게 확인되며 생육 장애와 토양 오염 가능성이 지적됐다. 또한 시공사의 시방서 준수 여부와 발주기관인 충남도의 관리감독 책임 논란 역시 재점화됐다.
특히 홍예공원은 최근 천여 그루의 명품 수목 추가 이식을 진행하며 국제적 수준의 공원으로 도약 중이지만, 과거 공사 과정에서의 관리 소홀이 드러나며 사후 점검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주신문>은 홍예공원 명품화 사업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공사현장에 고사한 나무들이 뽑혀 모아진 곳에서 뿌리 부분에 고무밴드가 다수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무 식재 시 뿌리 결속재 제거 여부는 조경업계와 현장 실무자, 학계에서도 오랜 논란거리다.
일부에서는 고무밴드가 뿌리를 심하게 압박하지 않는 한 수목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으며, 환경부와 국토부 역시 고무밴드 미제거가 나무 고사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 조경업계 전문가는 “현재 대부분 친환경 재질의 결속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과거 현장에서는 고무 재질이 많이 활용됐다”고 전했다. 특히 “나무 식재 후 위치 변경이나 재이식 가능성을 고려해 결속재를 제거하지 않고 심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는 뿌리분을 감싼 결속재를 제거할 경우 이식 과정에서 뿌리 손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식재 이후 나무를 다시 옮겨야 할 때를 대비해 결속재를 남겨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처럼 결속재 제거에 대한 장단점이 공존하고, 실무상 공공연히 결속재를 제거하지 않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서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제정하고 배포한 ‘조경공사 표준 시방서’(KCS 34 00 00)에는 ‘식재 후 고무밴드 등 분해되지 않는 결속재료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어 만약 사용된 결속재가 자연 분해성이 아니라면, 이는 명백한 시방서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대부분의 고무밴드는 합성 고무로 만들어져 자연 분해가 어렵고 재활용도 쉽지 않아 토양에 그대로 남거나 생태계에 유입될 여지가 있으며, 미세플라스틱 등으로 변형돼 토양 생물이나 식물의 생육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국토부의 표준 시방서와 현장 실무 사이의 괴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토부 하자판정기준에 따르면 결속재 미제거가 나무 고사의 직접적 원인임이 입증될 경우에만 하자로 인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고무밴드가 나무 고사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건설산업기본법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공공조경공사의 경우 발주기관인 충남도가 시방서 준수 여부를 설계, 시공, 감리, 준공검사 등 전 과정에서 감독할 책임이 있다. 특히 준공 이후 2~3년간의 유지관리와 품질관리 역시 발주청의 의무에 속한다. 만약 시공사가 시방서 기준을 위반하고 결속재를 제거하지 않았다면, 충남도는 준공검사 과정에서 이를 지적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했어야 한다. 하지만 홍예공원 조성 이후 이미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조경공사의 하자담보책임 기간(통상 1~2년)도 경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법적으로 시공사나 발주기관에 책임을 묻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과거의 하자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 공공 조경공사의 품질관리와 시방서 준수, 그리고 발주기관의 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조경업계 전문가는 조경공사 후 식재한 나무들의 생존하기 위해서는 식재 전 나무뿌리 부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검수 과정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충남도와 관련 기관이 조경공사 현장의 시방서 이행 여부를 철저히 관리하고, 국민의 세금과 도민의 기부(도민 참여 숲)를 통해 조성되는 이번 홍예공원 명품화 사업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에 지역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