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폰 책쓰기코칭 아카데미 대표
칼럼·독자위원
누구에게나 삶은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뿐인 인생에 갖은 굴곡을 겪고 사는 사람은 있어도, 두 번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더욱 값지고 고귀한 것이 ‘삶’이다. 그런데 그 고귀한 삶이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시작된다. 부모도, 국적도, 성별도 태어날 때 이미 주어지는 것들로 선택사항이 아니다. 반면 친구, 직업, 배우자 등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미련을 갖고 후회하게 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김중식 시인은 “후회 없는 삶은 없고, 덜 후회스러운 삶이 있을 뿐”이라고 읊조렸다. 자신이 걸어온 삶에서 어느 한 구간쯤, 아니 몇 구간에서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 것이라며, 프로스트의 시처럼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에세이 《여행의 이유》 출간 이후 6년 만인 2025년 3월 《단 한 번의 삶》이 세상에 나왔다. 《작별인사》, 《검은 꽃》 등 여러 장편소설로 유명한 소설가 김영하의 에세이다. 14편의 이야기에 담긴 진솔한 가족 이야기와 몸소 겪은 삶에 관한 깊은 사유는 독자에게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삶을 그려보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문자답하게 만든다. 삶이란 무엇인가? 오직 1회만 주어지는 시간으로, 어떤 이는 치열하게 전투하듯이 살았지만 아쉬움과 미련, 후회만 남는다고 말한다. 자신이 선택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다. 어느 비혼주의자가 말하길, 물건 하나 살 때도 심사숙고해 골라도 집에 가서 보면 마음이 바뀌어 교환할 때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을 잘못 선택했을 때는 어찌하겠냐는 것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는데, 삶이라는 게 후회 없는 삶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우리는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선택하고 또 선택하여 현재의 삶을 만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주어진 것과 그동안 살아오면서 스스로 선택한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칵테일의 삶이다. 그러므로 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는 바로 ‘나’인 것이다. 그러니 끝까지 삶을 잘 마무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의 말을 인용하자면,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 개의 삶만 살게 된다”고 했다. ‘그때 만약 그 길로 갔더라면, 그 길로 가지 않았더라면’ 하면서 상상을 통해 미련을 갖고 후회하는데,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이런 후회를 자꾸 하도록 진화한 이유가 과거의 실수를 반성함으로써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개체가 더 잘 살아남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런데 인간이 살아보지 않은 삶을 상상하는 데는 더 근원적인 동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에 나쁜 결과와 마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그 어떤 전략적 고려보다 우선하고,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고찰은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찾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김 작가는 가끔 자신에게 가능했을지도 모를 어떤 삶을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후회는 아니지만, 상실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을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후회든 상실감이든 이런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시인 푸시킨의 시를 읊조리길 바란다. 그러면 마음의 평정이 회복되어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조용히, 치열하게 자기만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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