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에 합격! “공부는 그냥 버릇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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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합격! “공부는 그냥 버릇이에요”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5.22 07:15
  • 호수 891호 (2025년 05월 22일)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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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합격자 조건희 군을 만나다
지난 15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건희 군이 밝게 웃고 있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홍성초(101회)와 홍주중(41회), 홍성고(71회)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거쳐 서울대 로스쿨(14기)을 다닌 조건희(27) 군은 ‘제1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영예를 차지했다.

지난 15일, 변호사시험을 치른 뒤 휴식기에 있는 조건희 군을 만나 유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성장기를 엿봤다.

“부모님께서 교육에 신경 써주시긴 했지만, 많은 부분 제 선택에 맡기셨고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었어요. 학교 성적도 항상 1등을 도맡아 하진 않았고, 적당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정도였어요. 공부를 대단하다 싶게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지만, 저는 그런 부류는 아니에요. 이러한 방식은 로스쿨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읽다

조건희 군은 신동·천재 소리를 듣는 아이는 아니었다고, 자신은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겁도 많았고 조용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외향적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죠. 아주 어릴 때 어머니께서 책을 많이 읽어주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참 좋아했어요. 아버지께서도 평소 책 읽기를 강조하셨고요.”

조 군은 독서를 좋아했다. 어릴 땐 주로 추리소설과 고전문학을 즐겨 읽었으며, 이후 아버지의 권유에 고전철학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러한 영향으로 학창 시절엔 교내와 군내에서 진행하는 ‘독서 골든벨’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학교 내 부서 활동에서도 항상 독서부에 들어가곤 했다. 또,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엔 사회과학과 서양철학으로까지 확장됐다. 이처럼 조 군은 독서라는 하나의 행위를 통해 다양한 영역을 섭렵해 나갔다.


 

쓰다

중·고등학교 재학 당시 조 군은 공부보단 대회를 많이 나갔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중학생 땐 ‘통일 골든벨’에 출전해 도 대회에서 대상을, 전국 대회에선 3등을 수상했다. 이후 고등학생 시절엔 지역 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문학 공모전에 단편 소설을 출품해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것 말고는 딱히 기억나는 게 없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는 공부에 집중해야 하니까… 그다지 떠오르는 게 없어요.”

이렇듯 읽기는 쓰기로, 읽는 아이는 쓰는 소년으로 성장했다.
 

로스쿨 재판실무과목에서 수기로 작성한 보고서, 실제 민·형사 사건과 유사한 기록을 살펴 보고 사건에 관한 결론과 이유를 작성한 것이다.

 

서울대 로스쿨 14기

학창 시절 조 군의 진로 목록엔 판사와 교수, 작가가 포함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본인의 성향상 법학이 제일일 것이라 생각해 일찍이 법학을 염두하고 있었다.

“원하는 대학교에 법학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법학과 대신 정치외교학과를, 법과 가장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 선택하게 됐어요.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방향성은 늘 로스쿨 쪽이었어요.”

연세대 정치외교학을 전공·졸업 후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한 건희 군은 졸업하는 연도에 합격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로스쿨 땐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는 느낌이었어요. 공부는 3년 내내 꾸준히 하지만, 마지막 3학년 때 특히 몰두하게 되잖아요. 로스쿨 때도 그런 식이었어요.”

앞서 말한 바대로 조 군은 로스쿨 시절 단기간에 집중을 쏟아내기보단 시간 여유를 두고 꾸준히 공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전 9시에 등교해 다음 날로 넘어간 새벽 1시 30분쯤 하교하며, 일주일에 1회의 휴식을 가졌다.

“하루 쉬는 날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기만 했어요. 그런데 3학년 2학기 때는 시험 볼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쉬다가도 오후 2시쯤엔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식이었어요. 그러니 스트레스가 심했고, 유독 이 기간이 길게 느껴졌어요.”



 

합격과 근황

조 군에게 지난 9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의 소감을 물었다.

“사실, 객관식 가채점 후 합격을 예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확신할 순 없으니까 마음 한편에 돌이 박혀 있는 느낌이었는데, 합격을 확인한 순간 그 돌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변호사시험이 있던 지난 1월 중순 이후, 조 군은 1~2달가량 낯선 감각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석 달째 접어드니까 그제야 좀 적응이 되더라고요. 법학적성시험(LEET) 이후 로스쿨 들어가기 전, 그때를 제외하곤 시험 스트레스가 없었던 적이 없으니까, 초반엔 굉장히 낯설더라고요.”

여행, 운동, 게임 등을 즐기며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건희 군은 “운동을 하면 저절로 생각이 비워져서 좋다”고 말하면서 “로스쿨 공부를 하다 보니 글자를 워낙 많이 읽어 요즘은 독서가 취미에서 좀 멀어진 듯하다”고 했다. 
 

지난 2022년 ‘모의행정심판대회’에서 입상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
지난 2022년 ‘모의행정심판대회’에서 입상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

 

생각과 버릇

건희 군이 그동안 가장 많이 들어봤을 질문을 기자도 했다.

“공부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중요하고 또, 본인이 ‘필요를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공부 방법은 과목·분야마다 다를 수 있지만, 방법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제 인생에 필요하니까 했어요. 필요하다는 ‘생각’과 꾸준히 하는 ‘버릇’이라고 생각해요. 버릇이 들어서 하는 것 같아요.”

오는 6월 5일 입대를 앞두고 있는 조건희 군은 제대 후 ‘재판 연구원’으로 2~3년가량 근무한 뒤, 판사 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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