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운대학교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부동산등기를 믿고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나중에 진정한 상속인이 나타나 권리를 주장하는 바람에 매수인은 부동산을 되돌려 주고 매수대금을 돌려 받지 못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는 재판소식이 알려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근저당권이 깨끗하게 말소돼 문제가 없는 등기임을 확인하고 빌라를 매수했는데, 전 주인이 서류를 위조해 근저당권말소등기를 한 사실이 발견돼 등기가 회복되고 근저당권자에 의한 경매까지 실행돼 매수인이 집을 날리게 됐다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부동산등기는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틀림이 없을거라는 신뢰와 함께 혹시 거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등기를 믿은 이상 국가가 보호해 줄 것으로 믿어왔던 일반인들에게는 어찌하여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부동산의 권리관계와 물권변동 내용은 이를 외부에 널리 알려 거래안전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공시의 원칙이라 한다. 우리 민법은 부동산 물권의 공시방법으로 등기주의를 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동산 물권의 귀속과 변동과정이 등기부에 기재되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를 함에 있어서 당사자들은 등기사항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등기신청서를 잘못 기재하거나 서류위조 또는 등기공무원의 실수 등으로 진정한 권리관계와 다른 부실등기가 생성된 경우에는 아무리 등기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본들 이를 기초로 이루어진 부동산 거래는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등기를 믿고 거래를 했으나 나중에 그 등기가 진정한 권리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에 진정한 권리자와 등기를 믿은 제3자 중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등기부에 공시된 대로 권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해 공시방법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는 것을 등기의 공신력이라 한다.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면 거래의 신속과 안전은 보호되겠지만,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에 반하여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진정한 권리자는 보호되지만, 등기를 믿고 거래한 제3자가 피해를 입게 돼 거래의 안전을 해치게 된다.
세계의 여러 나라는 각국의 입법정책에 따라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입법례와 이를 부정하는 입법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등기의 공신력 인정 여부에 관해 실정법상 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판례는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아무리 등기를 믿고 거래를 했더라도 그것이 실체관계와 부합하지 않는 등기였다면 후에 진정한 권리자가 나타나 권리를 회복하는 경우 그 거래가 무효가 되어 등기를 믿은 제3자는 불의의 피해를 입게 된다.
부동산등기에 대한 신뢰 제고와 거래의 안전보호를 위해서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므로 단기적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따라서,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체계 하에서 거래사고에 대한 제3자 보호를 위해서는 우선 등기공무원에게 등기신청서류의 형식적 등기요건만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형식적 심사주의를 등기신청 내용의 실체법상 권리관계 일치 여부까지 심사할 수 있는 실질적 심사주의로 심사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등기를 믿고 거래한 제3자에게 발생된 손실보상 또는 손해배상을 위한 특별기금설치, 권원보험제도 운영 등 실효성 있는 사후구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