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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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05.29 09:18
  • 호수 892호 (2025년 05월 29일)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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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변승기</strong><br>홍성군청소년수련관장<br>​​​​​​​칼럼·독자위원
변승기
홍성군청소년수련관장
칼럼·독자위원

요즘은 주례 없이 신랑, 신부가 주도적으로 결혼식을 진행하는 추세임에도 주례를 의뢰받았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이 됐다. 그동안 직접 경험한 것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 간접경험을 엮어서 할까, 아니면 명언집이나 도서, 영화 등에 나오는 내용 또는 유튜브에서 본 내용을 넣을까 생각도 해봤다. 주변 지인은 챗지피티(ChatGPT)를 활용하면 멋진 내용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주례사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흔쾌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혼은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에는 맞고 틀림, 옳고 그름, 정답과 오답을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필자는 문화의 접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과 남성으로 각각 살다가 아내와 남편으로 같은 공간에서 처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관계지만 같은 현상을 보고난 후 나와 너무나도 다른 생각과 행동을 알게 되고, 나와 삶의 표현과 표현방식이 다른 것을 만나게 된다. 문화가 다르게 성장했으므로 자연스럽게 갈등이 생길 수 있고, 그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갈등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서로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주례사에 꼭 넣고 싶은 내용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으면”이다. 먼저 결혼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이라 서로 다른 점을 좁혀 가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진됐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을 알고 있었다면, 갈등의 정도가 덜하고 좀 더 재미있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다. ‘성숙한 결혼생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누군가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고, 다양한 의견이 있는 이 결혼생활이 알고 보면 처음 하는 남편 역할과 아내 역할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것은 자녀 양육이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진로지도다.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아내와 남편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된다. 이 역시도 처음 해보는 역할이다. 좌충우돌(左衝右突)할 수밖에 없고 각 가정에서 양육하면서 이뤄지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공통적인 내용을 조언받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아이를 19년 키우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첫 단계인 진로에 대해 또 고민에 빠진다. 진로에 대한 특별한 지식과 경험도 미비하고 학교 성적이나 진로 검사에만 의존해서 결정할 수도 없고 아이의 적성을 알기는 더 어렵다. 특별히 잘하는 분야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안개 속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보호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삶에서 가장 큰 고민에 봉착할 것이다. 내 아이의 겉으로 보이지 않는 그 잠재력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확인할 것인가?

이때 주례사에 넣은 내용을 활용해 보자. 보호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을 모으면 좋을 것 같다. 학교 성적, 취미, 체육활동, 적성과 직업의 관계, 돈의 의미 등을 종합해서 보호자 본인이 진로를 고민할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것을 종합해서 자녀의 진로지도를 하면 효과적이다.

잠재력을 알아보는 좋은 기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이다.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구분 지어질 것이고, 무엇을 할 때 가장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는지 분명해진다. 결혼이나 양육이나 진로지도나 사람이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떤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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