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의회 의원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핵심 정책에 따라, 2007년부터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지정하고 2010년대 중반까지 153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충남은 이 정책에서 철저히 배제되며 지역민들 사이에 깊은 소외감이 자리 잡았다. 그러던 중 2010년 10월, 내포신도시가 충남혁신도시로 지정되면서 충남의 미래를 이끌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지역민들에게도 큰 희망을 안겨줬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내포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지역 발전의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기 내내 지지부진한 행보만 이어졌고 실질적인 이전 성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기대에 부풀었던 도민들 사이에서는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실망과 냉소가 자리 잡게 됐다.
정권이 바뀌며 다시 한번 내포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충남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을 명확한 지역 공약으로 제시했고, 내포신도시를 충남의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수차례 피력해 왔다. 충청권의 미래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이 같은 국정철학이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도민들은 한편으로 “또 하나의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 정부에서 보여준 미온적인 대응과 부족한 후속 조치는 지역민들로 하여금 큰 좌절감에 빠지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역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명확히 제시하며, 지방을 국가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세우겠다는 정책적 방향을 분명히 했다. 충청남도 역시 이에 발맞춰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충남도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비해 조기 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150여 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관별 맞춤형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이전 제안서를 순차적으로 발송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접근 방식으로 공공기관 유치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보인다.
내포신도시의 공공기관 유치는 단지 한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데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수도권 과밀 해소, 지방 소멸 위기 극복,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포신도시의 완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다. 한 지역의 발전은 인근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있는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우리가 더 이상 ‘혁신도시’라는 이름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 정부는 이제 선언적 약속을 넘어, 구체적인 로드맵과 예산, 추진 일정을 국민에게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실행력을 갖춘 정책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충남도 또한 중앙정부의 결정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전략과 계획으로 규모 있는 공공기관이 이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도민들 역시 지역 발전의 감시자이자 주체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목소리를 내고, 여론을 모아 정책이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내포신도시는 이제 인구 10만의 자족도시로 도약해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단지 행정구역상 지정된 ‘혁신도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장하고 자립하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 정권에서 충청남도의 도약을 이끄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정부와 지자체, 도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진정한 혁신을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혁신”은 이제 이름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과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