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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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 서정식<칼럼위원·전 대평초 교장>
  • 승인 2013.07.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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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집 둘레에는 다람쥐가 많이 살고 있다. 층계에도 올라가고 베란다에도 쪼르르 달려가 두 다리를 쫑긋 세우고 여기저기 바라본다. 개를 키우지 않아 다람쥐가 많은 지도 모른다. 개가 있으면 고라니가 집근처에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해서 개를 키워 볼까 했는데 집사람이 싫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청설모가 더 많았는데 요즈음에는 청설모가 눈에 잘 띄지 않고 예쁜 다람쥐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오늘도 며칠 전에 모종 200개를 구입해 심어 놓은 곰취나물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호미를 들고 나섰는데 연못가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재빠르게 달려가더니 바위 위에 멈추어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도 그 자리에 서서 물끄러미 다람쥐를 바라보니 그 놈은 앞다리를 가슴에 끌어안고 두 다리로 꼿꼿이 서서 한참을 두리번거린다. 약간 붉은 갈색 바탕의 5개 줄무늬가 참 예쁘다. 그때 마침 라디오에서 이용복의 「어린 시절」 노래가 흘러나온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 꿈이었다고 가버렸다고 안개속이라 해도 워우 워우/

나 어릴 적엔 야산 밑에 살았는데 집 둘레에서 다람쥐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다람쥐는 광천 시장에서 먹을 것과 생활용품을 파시는 아저씨가 가지고 다녔는데 네모진 다람쥐 집에서 체 바퀴를 열심히 돌렸다. 둥근 체 바퀴 안에서 계속 달리고 있었지만 항상 다람쥐는 그 자리에 있었다. 나도 조그맣고 예쁜 집을 만들어 다람쥐를 키우고 싶다. 그 집에 정원을 꾸미고 체 바퀴도 걸어놓고 다람쥐에 먹이를 주고 싶다. 그러나 야생 다람쥐는 가두어 놓으면 이내 죽는다고 한다. 길들인 다람쥐를 사다 키워야 하는데 생각을 접었다. 우리 집 전체가 다람쥐 우리이고 정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몸길이 15~16㎝, 꼬리길이 10~13㎝인 다람쥐는 볼 주머니가 먹이를 운반하기에 알맞게 잘 발달되어 있다. 다람쥐는 주로 땅위에서 생활하지만 위험이 닥치거나 먹이를 찾을 때에는 나무 위를 나르는 듯 올라가기도 한다.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서 나무 위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또 크고 도톰한 꼬리를 펴서 균형을 잡고 속도를 줄이며 높은 가지에서 낮은 나뭇가지로 제 마음대로 뛰어 내린다. 다람쥐 이빨은 끌처럼 날카롭고 튼튼해서 딱딱한 나무열매나 씨를 까먹기에 알맞다. 그래서 도토리, 상수리, 밤, 땅콩, 잣, 옥수수나 호박씨, 오이씨, 수박씨 등을 잘 먹는다.


다람쥐가 나무를 심는다.
밤나무, 상수리를 심는다.
집둘레 여기 저기 심어 놓는다.

잔디밭에도 커다란 바위틈에도 감추어 놓고
정원석 사이에는 어느새 심었을까?

콩 들깨도 심는다.
종려 화분에도 치자나무 밑에도
소복소복 싹이 난다.

단풍나무씨는 바람개비처럼 빙그르르 날아가고
민들레 할미꽃
바람이 심는다.

산벚 산딸기 찔레나무
파랑새 산비둘기가 심는다.

다람쥐가 씨를 심는다.
밤 상수리 콩 들깨를 심는다.

(졸시,「오서산 다람쥐」전문)


조물주는 자연을 배려하는 보물단지 같은 치매를 주었다. 다람쥐에게 땅 속에 파묻어 준비한 먹이를 약간 잊어버리게 만들어 솜털, 깃털 같은 씨앗, 날개 달린 씨앗, 봉숭아처럼 튀어 나가는 씨앗이 아닌 것도 온천지에 퍼질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산중턱의 비탈진 삿갓다랑이와 산 밑의 논밭이 농촌인구가 줄고 일손이 부족해지자 시나브로 숲으로 변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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