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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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
  • 한지윤
  • 승인 2014.07.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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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혹은 앗차, 아니면 뒷통수라도 치기 직전이었다. 자신의 이름 때문이다. 지금껏 몰랐던 사실을 갑자기 깨달았다. 어엿한 남잔데 이름이 ‘임신중’인 것이다. 모든 사실이 순식간에 분명해졌다. 의문점도 풀렸다. 자신의 이름을 놓고 찧고 까불고 했음이 백일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신중은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여학생들의 질이(질이라는 말을 다른 뜻으로 해석하거나 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람)그 모양 그 꼴인지 어이가 없었다. 낮도 붉히지 않으면서 멘스니 월경이니 떠들어대고, 임신 몇 개월이니, 남자는 임신을 하는 게 아니라 여자를 임신시키는 악덕자니 뭐니…… 생각할수록 끝도 없이 개탄 되었다. 어이가 없었다.
신중은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에 앞서서, 기똥차게 발랑까진 여학생들의 성 지식 발표들에 대해 이름 모를 배신감 같은 것을 느껴야만 했다. 그렇지 않겠는가. 평소 드러내 놓고 여자에 대해 이러니 저렇고, 저러니 어떻다고 하는 신중은 아니다. 사춘기로서 알 건 다 알고 있었지만 이름 그대로 신중한 그였다. 즉 나름대로 여학생에 대한 아주 강도 높은 호기심과 함께 존경심을, 성취욕구 같은 것을 노골적으로는 가지고 있는 그였던 것이다.
어떤 때 우연히 남들이 뭐라고 할 때 나서서 여자 편을 옹호했던 일도 여러 번이나 있는 터다. 그래 왔던 그가 이날 아침의 등교 길에서 뜻밖의 광경을 목격(그렇다기보다는 멋지게 당하고 말았지만)하자 그만 배신감을 느낀 것은 따지고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가 어떻게 해서 기막힌 이름을 갖게 됐을까
풀어보면 수풀임(林)자 성씨에 믿을 신(信)과 무거울 중(重)이 그의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나 가벼워서는 안되고, 선의를 지니되 무겁게 지켜야 된다는 거창하면서도 평범한 진리가 담겨진 이름이었다. 그래서 임신중(林信重)이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자로 된 명찰 덕분에 그와 같은 곤욕은 한 번도 치르지 않았다. 촐싹거리는 교육정책 때문에 순수한 한글로 임신중이 되다 보니 멘스중이니 뭐니 하는 액운과 구설수에조차 없는 모욕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지금부터 계산해서 365일이 세 차례나 지나기 전의 그 이야기에는 아직 꼬리가 좀 더 남아있다. 신중에게 그날의 일은 그만큼 중요하고 또 심각하고 그리고 충격적인 것이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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