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름이 뭐여?
상태바
너 이름이 뭐여?
  • 최봉순<혜전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4.12.05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시한파가 기승을 부리더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며칠째 포근한 기온으로 11월을 마무리하는 것 같다. 찬바람이 불면 우리의 몸은 한껏 움츠려 들지만, 그 덕분에 우리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는 기특한 놈들이 있다.

나폴레옹이 즐겨 먹었다던 굴, 서민들의 대표적인 먹을거리인 동태, 조개류 중에 색이 홍색이어서 이름 붙여진 홍합, 미운 사위에게 국을 끓여 준다는 매생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귤, 레몬이나 귤보다 비타민 C 가 많은 유자 등이 있다. 동태는 막대처럼 단단하게 얼어 냉동이 된 명태를 말한다.

명태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생선으로 상하기 쉬운 내장은 다 빼내어 깨끗이 씻어 냉동을 하거나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려 건조를 해서 저장한다. 멀리 원양어선에서 잡은 명태는 냉동 상태로 들어 와 일주일 쯤 얼음을 녹인 뒤, 내장을 빼고 두 마리씩 걸어서 건조대인 덕장에 걸리게 된다.

한 겨울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동안 살은 부풀게 되고 색은 황금빛을 띄게 된다. 건조할 때의 최적은 영하 10℃에서 15℃로 내려가는 12월 초에서 1월 중에 건조를 하여야 좋은 황태가 된다.

명태는 대구과에 속하는 흰살 생선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명태라는 명칭은 보이지 않고 중종 25년 ‘신동국여지승람, 1530년’에 무태어(無泰魚)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그 무렵에는 이름이 없는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된다는 미신이 있어서 잡았어도 먹지 않았다가 명태라는 이름을 얻고부터 먹기 시작했다.

명태라는 이름이 붙여진 설(說)은 조선 중기 함경도 명천에 사는 태모씨가 북해에서 낚시로 잡았는데 크고 살이 많으며 맛이 좋아 명천의 명(明)자와 태씨의 태(太)자를 따서 명태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재물보, 1807년’에 “북해에서 나므로 이름을 북어(北漁)라 한다.”고 나와 있어 명태보다 북어라는 이름이 더 오래된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름도 없었던 생선이 명태라는 이름을 얻고부터는 밥상에 자주 오르며 이름이 다양해졌다.

배에서 바로 잡은 것을 명태, 꽁꽁 얼은 것은 동태, 건조시킨 것을 북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서 살이 노랗게 된 것은 황태, 4마리씩 묶어 꾸득꾸득하게 반만 말린 것은 코다리, 20cm내의 미성어는 노가리, 건조 중에 기온이 떨어져 하얗게 된 것은 백태, 건조 중에 기온이 너무 따뜻해 검게 된 것은 먹태, 내장을 꺼내지 않고 말린 것은 통태, 머리 없이 몸통만 건조한 것은 무두태, 말리다가 손상된 것은 파태 라고 부른다.

명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으로 내장에는 창란, 명란, 곤이, 아가미등을 이용하여 찌개를 하거나 젓갈을 담근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대에는 명태 눈알도 먹었는데 눈알 뒤쪽에 비타민 B1이 많아 당질의 대사를 도와주기 때문에 쌀을 주식으로 먹는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

어려서 동태찌개는 밥상에 자주 올랐다. 자식을 많이 둔 아버지는 동태찌개의 몸통은 자식들에게 내 주시고 대가리와 눈알을 맛있게 드셨던 기억이 난다.

명태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과 칼로리가 낮다. 명태의 단백질은 메티오닌, 시스테인으로 고혈압, 동맥경화에 좋고 과음 후에 알코올로 혹사한 간을 보호해 준다.(동의보감)에 보면 각종 독을 푸는데 효능이 있다고 쓰여 있다.

명란젓과 창란젓에는 지방, EPA, DHA 함량이 많아 뇌신경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명태를 고를 때는 표면이 마르지 않고 윤기가 있는 것을 고른다. 눈이 맑고 튀어나오며 배를 누르면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북어는 색이 노릇하고 밝으며 껍질이 약간 떠 있는 것이 좋고 검은 빛이 속에서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

명태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동태탕, 명태생선찌게, 명태맑은국, 알탕, 북엇국, 명태아가미깍두기, 명태 순대, 창란젓, 명란젓, 명태식해, 황태구이, 북어채무침, 동태전, 명태김치, 코다리조림, 명태껍질쌈 등이 있다. 명태껍질쌈은 지금은 잊혀져가는 음식으로 궁중에서도 먹었던 기록이 있는 졸깃한 맛이 나는 음식이다.

서민의 대표적인 음식인 동태는 환경의 변화와 함께 만만하게 살 수 있는 생선이 아닌 것에 새삼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