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내포신도시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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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내포신도시 균형이다
  • 방원규
  • 승인 2014.12.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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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홍성은 충남서부와 경기남부를 아우르는 내포문화권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근대 이후 행정구역의 개편과 각종 개발에서의 소외로 그 중심지 기능을 잃고 뒤쳐져 왔다. 충남도청을 유치하기 위해 이웃 예산군과 의기투합하여 당당히 충남도청 유치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일만 남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내포신도시 유치는 '원도심 공동화'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이 나왔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홍성군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군은 내포신도시가 아니라 내포신도시 조성 이전의 기존 홍성군 지역사회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 그 핵심은 '원도심 공동화' 방지이다. 내포신도시의 활성화는 홍성군이 아니라 충청남도가 책임지고 도맡아야할 문제이다. 홍성군은 원도심 공동화 방지에만 총력을 기울이면 된다.

사실 모든 홍성군 공무원들이 원도심 공동화를 막아야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실상 정말로 원도심 공동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동안의 여러 가지 상황이 전개되어왔다. 청운대는 인천에 새로운 캠퍼스를 만들고 일부 학과를 이전했으며, 홍성고등학교는 기존의 홍성읍 원도심을 벗어나 새롭게 조성되는 내포신도시로 이전한다. 또한 홍성군은 예산군과의 통한 시 승격을 추진해 왔다. 원도심 공동화를 막으려는 것인지, 원도심을 아예 배제하고 내포신도시를 활성화 시키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청운대의 경우는 어쩔 수 없다 해도, 홍성고등학교의 내포신도시 이전은 홍성군 차원에서 어떡해서든 막았어야 했다. 충남 서부지역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로 손꼽히는 홍성고는 그동안 유능한 인재들이 뭉쳐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홍성고가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 단순히 '고등학교' 1개교가 부지를 이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사실 현재의 홍성고 학생들만을 보았을 때, 지역사회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홍성고 이전이 원도심 공동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만을 놓고 본다면 오산이다. 홍성고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의 명문 고등학교로서 지역사회 엘리트들의 구심점으로 역할을 해왔다면,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홍성고는 단지 신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일 뿐이다. 내포신도시의 경우 '홍성군' 에 대한 소속감이 옅고, 신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원도심에서 거주할 가능성이 적다.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서울,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생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포신도시의 홍성고 졸업생들은 홍성군 지역사회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홍성군은 물론 주변의 보령, 예산, 청양, 서산 등 타 지역의 인재들까지 끌어 모아 지역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가던 기존의 홍성고가 실질적으로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홍성고와 동문회 입장에서는 아무렴 상관이 없다. 졸업생들이 홍성에서 성공을 하든, 다른 대도시에서 성공을 하던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홍성군의 입장에서는 달라진다.

기존의 남고였던 홍성고가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하면서 내포신도시로 이전을 하면 지역사회의 우수한 인재들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은 불 보듯 한 일이고, 원도심에 남겨진 학교들의 수준은 더욱 떨어져 격차가 심해질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지역사회에 남게 될 학교들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저하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지역사회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홍성고를 기존의 부지에 유지하되, 그동안 낙후된 시설로 계속해서 문제가 되던 홍성여고를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고 홍성고와 홍성여고를 모두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하면, 내포신도시의 홍성여고는 내포신도시의 쾌적한 생활여건이 메리트가 되어 타 지역의 학생들을 끌어 모을 수 있고, 홍성고는 기존의 남고로서의 한계를 탈피해 지역사회의 명문 고등학교로서 지속적으로 타도시의 인재들까지 끌어 모아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홍성고 이전은 홍성군의 지역사회 인재를 빼앗기고 유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예산군과의 통합을 통한 시 승격 또한 경계해야한다. 통합시가 된다면 원도심의 공동화는 절대 막을 수 없다. 통합시의 시청사는 홍성지역이 아닌 예산군과의 절충지역인 내포신도시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고, 이후 통합시는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통합시의 중심이 내포신도시 지역이 되면 홍성읍, 광천읍은 물론이고 예산읍, 삽교읍의 원도심 모두가 도시의 변두리로 밀려나 쇠퇴할 수밖에 없다. 이는 홍성과 예산이 상생 발전하는 기회가 아니라 함께 망하는 지름길이다.

통합은 각자의 기반산업들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홍성군과 예산군은 기존에 통합이 이루어진 경상남도의 통합창원시 등과 비교했을 때 산업의 발달 정도가 미약하고, 시너지효과를 볼 만한 부분도 거의 없다. 단순히 서로의 중심지를 내포에 양보하는 일만 될 뿐이다.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통합이 되면 기존에 홍성읍, 예산읍에 있던 제1금융권 은행들이 내포신도시로 지점을 옮길 것이고(내포신도시 조성만으로도 내포신도시가 활성화되었을 때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광천읍 정도의 입지가 될 것이다.

과거 상업의 중심지로 홍성읍보다도 번화했던 광천읍은 행정, 금융, 교통의 중심지가 홍성읍이 되면서 규모를 역전당하고 쇠퇴했다. 홍성읍, 예산읍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국의 모든 도시들이 그렇게 발전하고 쇠퇴해왔다. 홍성군과 예산군은 통합이 아니라 각자의 도심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야한다.

홍성군은 기존의 좋은 생활여건을 내포신도시를 위해 양보하는 정책이 아닌, 내포신도시의 도움을 받아 기존의 홍성군 원도심이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포신도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보다 원도심과 내포신도시가 서로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과 앞으로 발생하는 상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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