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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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는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
  • 구근영<제1789부대 대위>
  • 승인 2015.07.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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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9일, 그 일이 일어난 지 꼭 13년이 되는 날, 제작부터 메르스로 인한 개봉 지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던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했다. 13년 전 그날,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날은 대한민국 축구가 역대 최고 성적인 4강 진출에 성공하고 터키와 3, 4위전을 치른 날이었고, 대한민국은 감격과 흥분에 빠져 있었다. 영화에 보면 TV 자막에 NLL에서 교전이 발생했다는 문구가 나오는데, 아마 NLL이란 낯선 단어와 교전이라는 이질적인 단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지 나의 기억 속에는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그 일은 내게서도, 대다수 국민에게서도 잊혀졌다.

다시 안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나고 졸업식을 앞둔 무렵 예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안보교육’차 안보현장을 견학 방문했을 때다.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안보체험이었지만, 군인이 아닌 이상 군대라는 곳이 생경할 수밖에 없어 안보현장 체험은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안보현장과 대한민국 영토를 지키는 군인들의 모습은 내 안보의식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더 이상은 나와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안보’는 내 주변의 친구들과, 남동생의 군 입대, 그리고 군인의 길을 택하며 다시 한 번 다가왔다. 안보는 참 멀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항상 내 가까이에 있었다. 지금의 2~30대인 나와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공통적인 경험이자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일 것이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광복이 된지 70년이 되는 해이자,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반도라는 아름다운 지리적 조건을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분단된 나라로 살아온 지 벌써 70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연평해전’이라는 영화는 남북 분단 70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안보역사를 되돌아보아야 할 만큼 우리의 안보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연평해전’을 통해 1999년 제1연평해전에 이어 2002년 6월 29일에 발생한 교전이 제2연평해전이라는 것, 북방한계선이 NLL이라는 것에 대한 안보 지식적 측면과 우리의 안보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많은 국민, 특히 젊은 세대가 알게 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말한다.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고, 회자되면 당사자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국민의 마음까지 다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이 사건이 국민에게 안보역사를 기억하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젊은이가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을 애도하고 대한민국의 안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싶다. 우리에게 통일이라는 말은 참 당연하면서도 막연한 말이다. 그러나 안보의 상처가 아무는 자리에 통일의 새싹이 자란다. 낡은 단어인 것 같은 ‘애국’이라는 씨앗이 심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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