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아이처럼 미리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탐색해볼 수 있는 시간이 2016년부터 중학생 친구들에게 열린다. 바로 자유학기제가 그것이다. 올해까지는 시범시행을 했는데 2016년부터는 전면시행 될 예정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오전에 교실에서 교육과정을 소폭 축소해 수업하고, 오후에는 학생이 원하는 진로탐색을 중심으로 예술·체육활동, 동아리 등 말 그대로 ‘자유학기 활동’을 하는 제도이다. 지인의 아이처럼 학생이 스스로 진로체험 계획을 세우면 한 한기에 두 차례 이상 그 활동을 출석으로 대신 인정하기도 한다.
이 제도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비슷하다. 이미 아일랜드는 1974년부터 학생들이 중학교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시행했다. 언젠가 본 교육다큐멘터리에서 아일랜드 한 남학생이 학교에 등교하는 대신 집 근처 목공소에 가서 목공을 배우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때 아일랜드 아이들의 폭넓은 학습경험이 부러웠는데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열린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다만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데 있어 학부모, 그것도 지역의 학부모의 입장에서 드는 걱정이 있다. 아일랜드는 전환학년제 실시를 위해 수업 프로그램을 꾸릴 전담 코디네이터가 학교마다 배치돼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기존 진로진학상담교사나 일반 교사가 자유학기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 한 명의 교사가 맡는 업무의 양은 결코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학생 한 명 한 명을 배려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까? 또 기업과 지역사회의 참여 역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진로의 분야가 한계가 있다는 점도 아쉽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자유학기제는 기존의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방과후교실 보다 더 아이 스스로의 주체성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어른들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