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선량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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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선량을 기다리며
  • 권기복 <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승인 2016.04.07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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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을 코앞에 두고, 길거리마다 각 후보의 선거운동으로 요란 북적할 뿐만 아니라 휘황찬란하기에 이른다. 각종 후보자의 선거용 벽걸이며, 플랫카드, 고정식 및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홍보전광판, 무지갯빛을 능가할 만큼의 화려한 선거운동원들의 의상들이 길거리를 수놓고 있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각종 트리와 캐롤송으로 마음을 들썩이게 만들었다면, 오늘날에는 능히 선거철이 그에 못 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예전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사람들 모두 어느 정도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 요즘 선거철의 분위기는 차분하다기보다는 냉담하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다. 길거리 요지마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색 등 복장을 한 선거운동원들은 각 후보의 기호를 손꼽으면서 박자에 맞춰 열심히 인사를 나누면서 눈을 맞추고 있는데,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기는커녕 눈길을 마주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들이다. 어떤 사람은 그들과 만나는 것이 싫어서 시내에 나가는 것을 삼가고, 일부러 외곽 길로 빙빙 돌아서 출퇴근하기도 한다고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에 대해 더 혐오감이 듭니다.” “왜요?” “저런 풍경을 보세요. 마치 금방이라도 국민을 위해 죽으라면 진짜 죽을 것처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금뱃지만 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180도 바뀌는 것이 저들이란 말입니다. 자기네 밥그릇만 차지하려고 허구한 날 으르렁거리며 쌈박질이나 해대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세금을 그렇게 쓸데가 없나 하는 의구심만 듭니다. 오죽하면 새벽 3시에 테임즈 강변에서 영국 의사당에 불 켜진 모습을 보면, ‘저 양반들 아직까지 고생하시네’ 하는데, 새벽 3시에 한강변에서 우리 의사당에 불 켜진 모습을 보면, ‘저 ××들 아직까지 싸우고 있네.’ 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말이 아닐까요?” “심하다구요? 이건 약과이죠. 손님 앞이니까 점잖게 말한 겁니다. 우리 끼리 있을 때는 더한 말도 한다구요.”

사흘 전에 택시에서 내리면서, 기사님의 말씀이 귓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 같았다. 정말 어쩌다가 한국의 정치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아니면, 소수의 불신세력이 갖고 있는 편견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다면 길거리에서 보이는 느낌은 무엇인가? 각 후보 당사자와 운동원들은 열광적인데, 그를 바라보는 무의미한 눈빛을 띤 시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 것일까? 투표고 뭐고 다 귀찮은 일이며, 그저 하루 쉴 수 있어서 반가울 뿐이라는 시민들의 반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분명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에 분명하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제도에 있어서 그 첫째가 의회인데, 의회의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철없는 짓이라고 나무라기만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고 한다. 선량이라는 말은 한나라 때 지방군수가 현량(賢良)방정(方正)하고, 효렴(孝廉)한 선비를 선발하여 조정에 천거한데서 비롯되었다. 조선왕조에서는 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지칭하였다. 즉 선량(選良)이란 어질고, 매사에 반듯하며, 효성과 청렴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오늘날 국회의원이 시민의 대표자란 점을 감안한다면, 시민의 편에 서서 매사에 반듯하며, 시민이 원하는 바를 행하는 청렴한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선량이 아니라, ‘국민에 의한’(of the people)을 몸소 실천하는 선량이 되어야 한다.

이번 4‧13총선은 20번째를 맞이하고 있다. 나이를 한 살씩만 먹어서 20이 되면 철없던 아이일지라도 의젓하게 철들 나이이다. 이번에 선량이 될 분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하게 호소하는 바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자신의 욕심과 출세의 도구로 전락(轉落)시키지 말고, 충실과 신의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참된 선량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 국회도 한강변에서 새벽까지 불 켜진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의원님들께서 국민들을 위해 정말 고생이 많으시네’ 하며 함께 걱정하는 선량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우리 선량들이 한 번 걱정할 때마다 국민들은 다 함께 즐겁고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희망을 한 번씩 갖게 될 것이다. 진정 선거 때 형식적인 허리를 구부리는 대신, 선량이 된 후에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는 분들이 국회에 입성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21대 총선부터는 다 좋은 분들이라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시민들을 걱정하게 만들어 주는 참된 선량을 기다린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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