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시련, 삶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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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시련, 삶이 버겁다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05.04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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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암 3기 투병 시인 장광훈 씨

생각해 보면
지나온 인생길
다시 갈 수 없고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게 인생사입니다
<장광훈 씨의 시 ‘인생길’중에>
 

시와 음악을 좋아하는 장광훈(61) 씨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지금으로부터 17년전인 1998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부터다. 95년 이혼한 장 씨는 슬하에 자식이 2남 1녀로 아들을 잃은 후 날마다 술에 의지한 채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 그로인해 결국 2000년 중풍으로 쓰러져 왼쪽 몸에 마비가 와 꼼짝 못하고 2년간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어야만 하는 신세가 됐다. 실의에 빠진 채 하루 하루를 간신히 버티며 살던 장 씨에게 유일한 벗이자 위안이 되었던 것은 바로 음악과 시였다. 학창시절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며 서점에서 책을 즐겨 읽었던 문학도였고 대학시절에는 방송실에서 음악방송을 진행했던 장 씨는 라디오를 통해 시와 수필을 적은 엽서를 보내 경품을 독차지 할 정도였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만화책을 즐겨 읽었고 대학 졸업 후 평택 돼지농장에서 근무할 때 서점에서 문고판을 가장 많이 사서 문고판 아저씨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지인에게 얻은 낡은 컴퓨터로 마비되지 않은 오른쪽 팔로 자판을 두드리며 떠오르는 시상을 담아냈다. 시와 음악과 함께하며 실의에 빠졌던 삶에 활기를 찾던 장 씨에게 2007년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대장암 3기 진단,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또다시 좌절할 수 밖에 없었지만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수술과 함께 치료에 들어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초수급자였던 장 씨에게 수술비가 지원돼 20%만 부담해 경제적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수술 후 홀로 장루(변 주머니)를 착용하고 살아야 하기에 불편함이 말로 다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7년 후 2014년 암이 재발됐다. 직장암 3기로 또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할 장 씨는 고통이 너무 심하다보니 가능한 수술은 피하고 싶다고 한다.

“긍정적으로 살려 노력하지만 너무 많은 시련이 겪다보니 삶이 버거워집니다.”
수술 후 병상에 있을 때 시를 가장 많이 썼다는 장 씨는 그렇게 한편 한편 모아온 시가 400여편에 달한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병상일지도 쓰고 시도 함께 공유하며 지냈기에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었다는 장 씨는 “혼자였다면 우울하게 지냈을 텐데 시를 쓰며 많은 위안을 받았다. 주변에서 시집을 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한 두푼도 아니고 엄두도 못낸다”며 아쉬운 한숨을 내쉰다. 남은 여생 본인 이름으로 시집을 내 보는게 소원이라는 장 씨의 소박한 꿈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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