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VS 여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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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VS 여러 명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5.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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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홍성교육청에 원어민 교사가 처음 부임했다. 20대 미국출신 여성 교사였고, 군내 영어교사 연수 및 학생 영어교육을 주로 맡았다. 초, 중, 고 영어교사들은 일주일에 하루를 교육청에서 지속적으로 연수를 받았다. 처음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였다.
하루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그 원어민 교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여학생이 임신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라는 질문에, 필자는 “대부분이 학교를 그만 둡니다.” 그러자 “그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나요?” “네 없습니다.” 원어민 교사는 그 때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한 명의 학생이 임신을 하면 퇴학당하지만, 여러 명이 있으면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됩니다.” 필자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전국 기준으로 2014년 학업중단 학생은 5만 1000명이 넘었다. 전년 대비 약 8000명 가량 줄어들었다고 했지만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교육당국은 학업중단 숙려제와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학교는 국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공통 교과의 학습의 기능만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전통문화의 전달, 학생 보호, 사람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화 기능 연습, 학생의 신체적, 정서적 성장을 돕는 것 등이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기능들은 유기체처럼 모두 필요하고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학생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서서히 발달해 간다.
학교 구성의 핵심인 학생들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입학하여 학교생활을 한다. 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이 학생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 발현되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면, 영재교육, 특수교육, 특목고, 중도입국자 자녀교육, 다문화 교육, 대안 교육에 대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보편적이면서 서로 다른 재능을 갖고 있어 획일화된 교육이 진행될 수 없다.
대안교육과정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고, 학교 내외에서 많은 문제점을 지적 받는다. 교육과정 내용보다는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보여주는 겉모습이 교사를 비롯한 사회인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 때가 종종 있다. 교복 미착용과 지켜지지 않는 등교시간, 잦은 결석, 흡연도 문제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욕을 사용하는 것도 큰 문제다.
프로그램을 외부나 외부강사에 의해 진행하다보면 그 학생들을 평가하는 목소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저게 학생인가?”, “이 프로그램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프로그램 돈이 아깝다”, “변하는 모습이 있기는 한가?” 이런 피드백이 나오는 주된 이유는 학생들의 언행이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대방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고,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학생들이 잘 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우리 성인들이 너무 청소년을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철’이 들고 그 때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 지금이 마치 그 학생의 평생 모습인 것처럼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보다 영양상태가 좋아 학생들은 신체적으로는 성인과 비슷하지만 성숙의 정도는 신체발달과 다르게 아직도 아이 수준이다. 주변에서 30대 이상의 성인이 고등학교 1학년처럼 사는 사람이 있는가? 시간이 흘러 성숙이 되면 청소년기의 모습은 사라진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청소년에게 많은 변화와 영향을 주었다. 과거에는 소수에게 발생하던 일들이 이제는 주된 문제가 되었다. 상처받고 힘든 학생이 늘었다는 뜻이다. 사회가 다양성을 주장하고 공존의 문제를 거론한다면, 학교도 영재교육뿐만 아니라 대안교육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아이는 아이다. 그 아이도 사회에서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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