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로 여름나기
상태바
대하소설로 여름나기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8.04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하소설의 계절이 돌아왔다. 큰 새우를 말하는 남당리의 그 ‘대하(大蝦)’가 아니라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의 전개가 마치 ‘큰 강물(大河)’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대하소설인데, 한번 집중해서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이 이 소설류의 특징이다.

일단 몰입되면 주변 환경이 어떠하던지 간에 상관없이 책장을 연달아 넘기게 되는 중독성을 띠고 있기에, 열대야로 고통받고 있는 무더운 여름밤에는 시원한 이 ‘큰 강물’로 무작정 뛰어드는 것을 권한다. 몸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대며 심야 영업을 하는 대형 마트나 영화관도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괜찮은 공간이긴 하지만 독서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정신적 청량감을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특별한 일정 없이 빈둥대며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면 대하소설은 그야말로 제격이다. 지난여름, 텐트하나를 달랑 들고 찾아간 지리산 달궁계곡에서의 일정은 나쁘지 않았다. 낮엔 계곡에 발을 담그거나 노고단에 올라 야생화를 감상하며 더위를 식히고, 밤에는 ‘태백산맥(조정래 지음)’을 읽었다. 학창시절, 신간 나오기가 무섭게 구입하여 손에 땀을 쥐며 밤새워 읽었던 기억이 새롭게 피어나고, 안타까운 우리 현대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

집필기간 24년(1969~1994), 등장인물이 무려 700명에 달하는 박경리의 ‘토지’는 대하소설의 백미다. 일제강점기의 우리 민족이 겪는 수난을 그린 이 소설은 경남 하동의 ‘최참판댁’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에야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확인이 가능하지만 90년대 초, 이 소설의 완결여부를 알기 위해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을 수없이 기웃대던 때를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김주영의 ‘객주’는 세 번씩이나 읽은 유일한 대하소설이다. 특히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희한한 속담과 단어들이 많아서 노트에 따로 적어놓기도 하였다. 가끔 노트를 뒤져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최명희의 ‘혼불’을 정말 혼을 다 빼어놓는다. 이야기의 전개보다 묘사가 워낙 출중한 까닭에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조선의 3대 천재라는 벽초 홍명희가 지은 ‘임꺽정’은 일제 강점기 감옥에서 쓴 소설이다. 스러져가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우기 위한 임꺽정의 통쾌한 이야기가 묻어있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황석영의 ‘장길산’이 있다. 실존인물 장길산의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재구성을 결합한 이 책은 조선민중이 겪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삼국지, 초한지류나 일본 전국시대를 다룬 영웅일대기들의 소설도 다양하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이 헷갈려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조선의 역사를 꿰뚫어주는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등은 학생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책 읽을 형편이 안된다면 보성의 ‘태백산맥 문학관’, 남원의 ‘혼불 문학관’ 청송의 ‘객주 문학관’ 등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여름나기가 될 수 있다. 팁 하나, 몇 분 안에 바로 잠들 수 있는 책들도 있다. 두께가 베개 높이에 근접하여 대용으로 활용가능하고 내용도 유익하다. 존로크 ‘인간 지성론’, 칼세이건 ‘코스모스’ 등 추천.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