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곧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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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곧 사람이다
  • 이현조 주민기자
  • 승인 2017.02.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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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言行一致)라는 말이 있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말과 유사한 뜻으로 흔히 쓰인다. 유학은 전국시대(기원전 403~221)에 제자백가의 하나인 유가(儒家)로 등장했지만, 전한의 무제(재위 기원전 141~87) 때 국가 정통의 학문이 된 이후로 중국의 학문과 사상을 대표하면서 현대의 중국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 유학은 전국시대에 맹자로 대표되는 내성파와 순자로 대표되는 숭례파, 한나라와 당나라 때의 훈고학과 경학, 송나라 때의 성리학, 명나라 때의 양명학, 청나라 때의 고증학 등으로 발전·변천되었다. 지행합일은 주자(朱子)가 주장한 ‘선지후행(先知後行)’설에 대한 반대 개념이다. 소크라테스 역시 ‘지행합일’과 ‘지덕복합일’을 주창하고 있다. 보편적 진리, 즉 참다운 진리는 그것을 실천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참으로 알고서는 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앎은 행함의 시작이요, 행함은 앎의 완성이라고 보아 ‘지와 행은 본래 하나’라고 했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바르게 앎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바르게 앎’의 중요성이다. ‘언행일치’하면 제일 먼저 정치인이 떠오른다. 온갖 거짓공약으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그것이 오늘날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이다. 지행합일의 반대말이 표리부동(表裏不同)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뜻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들이 이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 하니 오늘날과 같은 시국을 만든 것이다. 요즘 ‘국정농단’이 온 나라의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보니, 삼삼오오 사람이 모이면 당연히 대화에 한 꼭지가 오르게 된다. 며칠 전 우리 결성향교 유림어르신들의 모임자리에서도 한 꼭지가 올랐다.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으면 한편 재미있기도 하다. 어르신들께서 어떤 매체의 뉴스를 접하느냐에 따라 각기 주장이 다르다. 어르신들께 ‘뉴스는 곧 앎’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겉이고, 무엇이 속인지 모호한 뉴스가 어르신들의 대화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당연히 어르신들의 이야기에도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진진하다. 필자는 서서히 서글퍼졌다. ‘말을 하려면 제대로 알고 말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임금이 잘못된 정치를 행하면 대궐 앞으로 몰려가 목숨 걸고 읍소하던 유림의 절개는 이제 없다. 수기치인을 위해 수양하던 선비도 없다. 젊은이들을 향해 싸가지 없다고 손가락질하는 유림들만 있을 뿐이다. 유림들은 이제 광화문의 촛불도 아니고, 대한문의 태극기도 아니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다. 촛불을 들고, 태극기를 든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자신의 신념에 따른 ‘나’가 있다. 그 신념이 시류(時流)가 되고, 역사가 된다. 그래서 앎이 중요하다. 앎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신념이 되어 다시 앎을 완성한다. 앎과 행동이 일치하는데, 말과 행동이 다를 리 없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앎과 됨됨이가 묻어나고, 그런 사람은 말에 책임을 진다.

이현조<문화in장꾼·시인·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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