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 청년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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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장애 청년과의 만남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8.07.01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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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70>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삼촌, 오일장 공원에 한 형이 며칠 째 노숙을 하고 있어요. 배가 고픈 건지, 몸이 아픈 건지, 배를 붙잡고 공원의자에 엎드려 있어요.”
전화를 끊고 공원으로 가보니 젊은 사람 한 명이 의자에 엎드려 움직임이 없었다. 흔들어 깨워보니 꾀죄죄한 얼굴을 들고 나를 바라봤다.

“어디 아프냐, 밥은 먹었냐?”는 물음에 아무 대답이 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정상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정신지체가 있는 사람일 거라고 추측됐다. 나는 젊은 사람을 안심시키고 쉼터로 데려와 밥을 먹인 후 목욕을 시켰다. 젊은 사람의 이름은 철순이(가명)였다. 철순이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데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철순이가 가출한 이유는 어머니와의 작은 불화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식당에서 하루 종일 피곤하게 일하고 들어왔는데 아들이 빈둥거리는 모습에 속이 상한 나머지 “너 그렇게 빈둥거릴 거면 차라리 집에서 나가라!”고 큰소리를 쳤다. 아들은 집에서 나와 홀로 시장 주변을 배회하면서 노숙을 했던 것이다. 정신지체 장애인의 경우 한번 화를 내면 잘 풀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이 하는 말의 속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곧이곧대로 듣고 화를 내는 것이다. 아마 철순이도 어머니가 홧김에 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집을 나온 것 같았다.

나는 철순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 “쉼터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고 장애인복지관에 부탁해 세탁부서에서 일하도록 추천했다. 나는 수시로 철순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려 근황을 전해줬다. 그리고 철순이에게도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을 들려줬다.
철순이는 대화중에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가끔씩 드러내고 있었다. 서운한 감정을 지워주려고 엄마가 보고 싶어 하고 사랑한다는 얘기를 자주 해줬다. 철순이는 자신이 직접 번 돈으로 휴대전화를 사서 여기저기 전화도 했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추석 무렵에 철순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 추석에는 철순이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말이었다.

집에서 추석을 보내고 온 철순이는 마음이 더욱 편해진 것 같았다. 얼굴 표정도 싱글벙글 살아 있었다. 이제는 철순이가 집으로 돌아가도 될 것 같았다. 어머니와 상의 후 쉼터에서 퇴소하고 집으로 보냈다. 철순이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대하며 그들이 당당하게 설 자리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그들이 정상인들과 함께 떳떳하게 생활 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지금 철순이는 일자리를 옮겨 인근 병원에서 청소 등 시설관리 보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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