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소망과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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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망과 건의
  • 이재인 칼럼위원
  • 승인 2018.08.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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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하지만 묵시적 가르침 독서 70% 창작 30% 되어야
홍주문학 발간 훌륭한 전통 책 작가의 영혼 삶의 흔적


나한테 소설을 가르친 분은 난계 오영수 선생이다. 그 분은 육십 평생에 단편 소설집 7권이 전부다. 당신이 창작하기보다는 읽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누구도 오영수라는 작가에게 작품을 양산한다거나 태작으로 평가하는 비평가를 본 적이 없다. 이는 오영수 소설가의 작가적 태도다. 나를 비롯한 20여 명의 작가들이 소설가로 등단해 작품을 써오고 있다. 그러나 이 문하생들은 거의가 10권이 훨씬 넘는 창작집을 출간한 이들이 많다. 독서가 70%, 창작이 30%가 되어야 한다고 오영수 선생은 귀가 닳도록 강조했다. 그러한 집념 속에 우리 교과서에 오영수 선생의 단편이 실려 있다.

선생의 작품 속에는 인생을 줄여 담고 세상을 압축해 담았다. 그러니 그게 명작이라고 한다. 그 분의 기법은 다소 평이하지만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를 묵시적으로 가르쳐 준다. 얼마 전 40년 만에 만난 제자가 내게 몇 권이나 책을 썼느냐고 물었다. 나는 차마 70권이 넘는 책을 썼다는 말을 꺼내기 싫었다. 그래서 인터넷 속에 다 들어 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세상은 권수나 편수로 계량하는 척도가 많다보니 나 자신도 그 계량화에 속아서 경쟁하듯 소설집을 써냈다. 그러나 몇 편이니 우수한 글이 있는가는 독자가 할 평가다. 시인이나 작가는 부지런해야 한다. 읽고 생각하고 여행하고 쓰고 고치는 근면이 없는 다수의 생산은 날림공사라는 생각이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렇다고 게으름 피우는 것보다는 줄기차게 쓰는 노력 또한 아름다운 작업이다.

홍성에는 숱한 시인과 작가들이 있다. 이들이 쓴 글들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홍주문학을 발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그러나 일제하에서 최근까지 홍성에서 살았거나 연고가 있는 작고 문인들의 문학작품과 그들의 문학세계를 탐구하는 서책도 홍주문화의 일연의 값진 상아탑이리라. 어서 이러한 출판도 기대해 봄직하다.

최근에 지방자치제의 활발한 문화와 출판문화가 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임을 새삼 느낀다. 숨고르기도 중요하지만 동맥이 꿈틀거림도 생존적 의미를 담고 있다. 홍주의 힘은 우리의 저력에서 나왔고 그 정신은 전통에서 숨쉬고 있다. 그래서 인물축제와 같은 값진 행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게 아닌지 생각된다.

나는 오늘 먼지 앉은 홍주 출신들이 써낸 책들의 먼지를 털었다. 송 욱 선생의 ‘시학평전’, ‘신대철 시집’, ‘오세영 소설집’이 줄줄이 따라 나왔다. 이 장마가 지나면 먼지를 털어야 할 것 같다. 책은 작가의 영혼이고 삶의 흔적이니 말이다. 홍성 인물들, 그리고 출향 인사들의 철학과 이념도 이 기회에 건의해본다.

이재인 <충남문학관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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