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가족 같은 생미마을 사람들
상태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가족 같은 생미마을 사람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3.16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

농촌마을 희망스토리-장곡면 도산1리
늘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을 나눠 먹고 윷놀이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마을 어르신들.
도산1리 너른 들과 마을 전경.

장곡면 도산리는 1리와 2리 2개 행정리로 구분되는데 1965년에 합구됐다가 1987년에 다시 나눠졌다. 1914년 장곡면이 편제됐을 때 지금의 마을회관이 있던 자리에 면사무소가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 민가가 많고 길목이 좁다는 이유로 1931년 6월에 현재의 면사무소 자리로 이전했다. 오서산에서 내려오는 생미냇갈과 주변으로 형성된 넓은 도산들의 쌀이 품질이 좋다고 해서 도산1리 ‘생미’, 도산2리 ‘오미’ 등 쌀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생미는 도산1리를 일컫는 지명이기도 하다. 생미냇갈은 오서산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삽교천을 말한다. 박순인 부녀회장과 주민 이화자 씨는 “그 냇가가 옛날에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며 “배추도 씻고 빨래도 하면 깨끗하게 빨리고 했는데 2000년 즈음부터 송사리가 살지 않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도산1리는 오서산에서 북쪽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에 기대어 있는 마을이다. 오서산에서 내려오는 삽교천은 도산리 사람들의 생명수였고 주변에 낮은 야산과 들판을 기반으로 살아왔다. 이를 두고 도산1리가 조랭이 형국의 명당이라 했다. 조랭이는 충청도 방언으로 쌀을 씻을 때 돌을 골라내는 조리를 뜻하는데 산의 형국이 움푹해 마치 조랭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또한 남쪽 신풍리 중방이는 곡식을 키질하는 키 모양의 땅이라고 해 하풍 동네에서 벼를 담아 중방이에서 키질을 하면 껍질은 분토골로 날아가고 곡식은 조랭이 모양의 도산1리에 쌓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랭이 형국의 명당혈이 넉넉한 지세이다 보니 양반가의 힘도 세서 ‘생미 양반은 뒷짐 지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다. 

마을회관이 자리한 동네인 중뜸은 고린장이라 부르는 고분이 많았다. 고분을 봤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들판으로 곽을 만든 석곽묘가 많았으며 대부분 도굴되어 안은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중뜸에는 농기구를 만들던 성냥간이 있었다. 장곡에는 장이 없어서 온갖 생활용품을 광천장에서 사왔지만 농기구는 이곳에서 구입했다. 일제 강점기 신형 농기구가 도입되기 전까지 철제품은 성냥간에서 고쳐 사용하고는 했다. 한편 1반은 윗뜸. 현재 면사무소가 있는 3반은 새뜸이라 부른다.
 

마을회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박순인 부녀회장(사진 오른쪽)과 주민 이화자 씨. 성락천 이장.

마을입구 마점물에 수구매기로 심었던 소나무 숲이 있었는데 1980년대에 없어졌다. 현재 주택 사이에 수령이 500년으로 추측되는 소나무가 있다. 성락천 이장은 “우리 마을의 오래된 소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마을의 문화유산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산1리가 장곡면의 면소재지가 됐던 것은 지역의 경제력이 큰 몫을 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에는 지역유지들이 면소재지 터를 싼 값에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장곡면에서도 평택임씨가 토지를 희사했다. 평택임씨는 임 단이 오사면 오좌리에 묘를 쓰면서 그 후손이 홍주 일대에 터를 잡았다. 이후 그 후손이 도산리에 자리를 잡으면서 대대로 천석지기로 살다가 토지개혁 과정에서 크게 타격을 받았다. 현재 도산1리는 임씨를 제외하고는 각성받이 마을이다.
마을이 한창 번성하던 때 생미두레는 큰 행사였다. 생미마을 용대기는 장곡면 최고의 어른 두레로 칭해지기도 했다. 주변마을 두레들이 용깃대를 들고 인사를 하러 찾아오고는 했다. 1960년대 무렵 관정이 생기고 농약과 비료,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전통민속이 사라졌다. 성락천 이장은 “옛것을 되살려 마을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한다.
 

올해 91세 된 어르신이 봄이되면서 밭을 갈고 있다(왼쪽사진). 수령 500년으로 추측되는 마을의 소나무로 주민들은 보호수로 지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생미마을은 올해 마을가꾸기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순인 부녀회장은 “우리마을 사람들이 단합도 잘 되고 어르신들이 많아도 숨은자원모으기 행사도 잘 되는 곳이다. 힘을 합쳐 일하면 안 될 것도 없다”고 말한다. 도산1리는 현재 105가구가 거주하며 귀농가구는 5가구다. 주민들은 주로 광천장을 이용한다.

도산1리 마을회관(왼쪽 사진). 도산1리 마을표지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