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공동대처가 시급하다
상태바
돼지열병, 공동대처가 시급하다
  • 홍주일보
  • 승인 2019.10.10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축산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 9월 17일 방역당국은 경기도 파주의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African Swine Fever)이 발생한 것을 확진했다. 이후 경기도 연천, 김포, 강화도 등 휴전선 인근 13개 지역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다. ASF는 인체에는 무해하고 돼지류에만 발병하지만 치명적이다. ASF가 치명적인 이유는 아직 예방백신 및 치료약이 없기 때문이다. ASF는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사율 또한 거의 100%에 이른다. ASF에 걸린 돼지는 40도 이상의 고열과 피부출혈 증상을 보이다가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ASF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야생 멧돼지가 주요 매개체로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의 전이도 가능하다.

ASF는 오랜 기간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었고 1910년대 케냐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후 1921년 영국의 수의병리학자 몽고메리가 ASF라고 명명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1957년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상륙한 이후 이들 지역에선 1990년 말에 이 질병이 근절됐다고 발표했다. 1978년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섬에 상륙한 ASF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07년에는 흑해연안의 조지아에서 발병했고 이후 러시아지역으로 퍼지면서 일부지역에선 풍토병으로 존재한다. ASF가 발병할 경우 국제수역사무국(OIE; 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에 즉시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56개국에서 ASF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주로 유럽 및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발병하던 ASF가 2018년 8월 중국에서 발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9개월 만인 2019년 5월 북한이 OIE에 발병 사실을 통보했다. 자강도 우시군 협동농장에서 발병했고, 17마리의 돼지를 폐사시켰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이후 확산되고 있다는 추가보고는 없다.

북한의 공식 발표 이후 4개월 만에 한국에서도 발병했다. 아직 감염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아시아 지역으로 ASF가 확산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같은 시기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지역으로도 확산중이다. 우리 축산업계에서는 2010년대 중반 유럽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을 때부터 아시아 지역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라며 심각성을 지적해왔다. 우리 방역당국과 양돈업계는 중국에서 발병 한 후 상응한 대책 마련에 부심했으나 결국 ASF는 한국을 피해가지 않았다. 북한에서 발병한 사실이 알려진 뒤 휴전선 인근의 야생 멧돼지는 보이는 즉시 사살하라는 지시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오랜 경험을 가진 유럽 지역에서는 야생 멧돼지를 생포하는데 주력한다. 그 이유는 야생 멧돼지의 특성 상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경우 활동 반경이 오히려 넓어질 수 있는데다 사살하면 다른 매개체에 전이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경로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인데 그만큼 방역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의 한 트럭 운전사가 집에서 만든 돼지고기 햄버거를 먹으면서 운전하다가 벨기에 지역에서 남은 햄버거를 도로에 버렸는데 이를 야생 멧돼지가 먹고 병이 확산됐다는 것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멧돼지는 내성이 생겨서 바이러스만 보균할 뿐 사망하지는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육식성 조류 및 야생쥐, 잔반 등 다른 경로로도 얼마든지 옮겨질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동경로를 철저히 차단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방역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