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그보다 더긴 ‘명절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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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그보다 더긴 ‘명절후유증’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7.10.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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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 분담 충분한 휴식 취해야

대가족의 맏며느리인 지선영(48·금마면)씨는 추석 연휴동안 쌓인 피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씨는 “매년 명절 마지막 날이면 허리와 무릎관절에 통증이 몰려 온다”며 “올해는 연휴기간이 길어 더 심한 것 같고 당분간 집안일은 손도대기 싫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5일간의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주부는 물론 직장인, 심지어 학생까지 이른바 ‘명절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주부들은 명절 음식을 장만하며 피곤했던 심신을 달래기 위한 휴식기간 동안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주부 김민주(36·광천읍)씨는 “일부러 월차를 내 휴식을 취하는데도 신경통과 불면증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부 맏벌이 주부들은 명절증후군을 피하기 위해 휴일 근무까지 자처하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경우 여름휴가보다 긴 연휴를 끝내고 일을 시작해 부적응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태욱(37·홍성읍)씨는 “명절 고향방문으로 차안에서 왕복 7시간을 꼬박 보낸데 다 결혼문제 등 갖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아침 출근길이 너무 힘겹고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하고 일이 손에 안잡 힌다”며 이틀 앞둔 주말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초중고교 학생의 80%가 형제나 사촌 간 성적 및 외모비교 등으로 ‘명절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밝혔으며 남편들도 귀성길 교통체증으로 인한 신체적 피로와 고부갈등의 중재자 역할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주부 명절증후군은 가부장적 제사문화가 빚어낸 한국 특유의 심신질환”이라며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의 가사노동 분담과 휴식을 위한 정신적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평소 불면증이나 가벼운 신경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시던 분들이 명절과 관련해 스트레스 증상이 악화된다”며 “신체·정신적 부적응 현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항우울증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고 주부 우울증이 지속되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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