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童心)과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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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童心)과 축제
  • 최 철(홍성문화원 문화사업팀장)
  • 승인 2010.04.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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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어릴 적 누구에게나 눈이 내린 겨울이면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눈썰매를 타면서 온 종일 놀면서 옷이 다 젖어 감기가 걸릴지라도 엄마가 화를 내며 쫓아와 꽁꽁 얼은 귓불을 잡혀 억지로 끌려 겨우 집에 들어와서야 다 젓은 옷들이 단숨에 벗겨져 가마솥에서 장작불로 데워진 뜨끈한 물로 목욕을 하고 나서야 곤하게 잠들었던 추억이 있다. 다음날,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닌데 아침나절부터 한두 명 모여 들더니 어느덧 비닐포대나 다 찢어지고 썰매가 다 망가질 때까지 놀며 또 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던 그 시절이 우리들의 겨울이었고, 하루 종일 즐겁게 놀다보면 어느새 옷이며 운동화 이곳저곳에 진흙 묻지 않은 곳이 없어 점점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그 시절 추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때는 놀 거리도 즐길 거리도 볼거리도 산과 들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곳곳에 다양한 놀 거리와 즐길 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아이들은 인터넷만으로도 하루 종일 심심치 않은 시대가 되었고, 겨울철 스키장은 물론 눈썰매장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봄이면 화려한 꽃, 그리고 곤충들로 어우러진 축제들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져 부모님에게 떼만 쓰면 찾아갈 수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놀이문화가 많이 사라지거나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도 인위적인 놀이문화 속에 빠져 있는 지금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까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담고 있게 된다.
어릴 적 흔히 즐겼던 구슬치기, 딱지치기, 자치기, 비석치기 등 형과 오빠, 누나와 언니, 또는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면 자연스럽게 배우던 놀이문화가 어느덧 <민속놀이>라는 이름으로 축제와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게 되었고,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이 오면 엄마가 눈에 불을 켜고 못 나가게 막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또는 잠시 방심한 틈을 이용해 산과 들에 나가 풀피리, 이름 모를 꽃이 신기하다며 꺾고,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나온 개구리와 곤충들을 잡아 장난감 삼아 놀던 추억이 이제는 자연을 벗 삼아 놀 수 있는 시간이 <자연학습체험>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생활의 수업만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동심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축제들이 개최되는 곳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 대표적인 축제들은 아이들을 동심을 잡기 위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키즈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는 강원 화천산천어축제, 강원 태백산눈꽃축제, 전남 함평나비축제, 경북 고령대가야축제, 보령머드축제, 경남 통영한산대첩축제 등으로 이런 축제들이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어 매년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고 있는 것은 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눈과 얼음, 꽃과 물을 소재로 가족단위 관광객을 유치를 할 수 있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이들 축제처럼 우리지역에서도 부모님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부모님들의 추억속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동심으로 축제를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면, 이는 축제를 통해 세대 공감은 물론 지역경제를 이루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축제이겠지만 다른 지역을 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도 아직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지역 대표축제인 홍성내포축제를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옛 장터 재현󰡑이라는 컨셉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는 신종 플루로 인해 아쉽게 취소되어 자녀들과 함께 장터로 떠날 추억여행의 기회를 느낄 수 없었다면, 올해 9월 9일부터 9월 12일까지 열리는 축제에는 저마다 한 가지쯤 간직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추억 속 기억들을 자녀들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날만큼은 차량이 막힌다고 불편하다 생각지 말고, 대형마트 편리함도 잠시 잊은 채 장터의 정을 느끼며, 우리 내 부모님들이 정성으로 키운 채소를 사이에 두고 흥정해가며, 비린내 진동하는 어물전의 바닥의 흥건히 고인 물을 조심스레 피해가며, 갑자기 터져버리는 뻥튀기에 깜작 놀래가며, 때론 상인들끼리 별것 아닌 이유로 옥신각신 싸움판도 구경하고, 평소 지저분하다 생각되던 군것질거리 1000원짜리 한 장 아깝다 생각지 말고 손으로 집어 먹어가며, 국밥 한 그릇에 찌그러진 주전자에 담겨진 막걸리 한잔 기울이면서, 대형마트에 밀리고 편리함에 사라져가는 옛 장터가 다시 부활을 꿈꿀 수 있도록 그래서 어른들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동심을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의 동심과 함께 어울려 축제를 즐길 수 있다면, 장터는 추억에서 현실이 되고, 홍성내포축제는 동심과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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