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역할 해줄 이주여성쉼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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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역할 해줄 이주여성쉼터 필요하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0.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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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벗어나기 위해 집 나온 이주여성
머물 곳 없어 여관ㆍ찜질방 등 전전

다문화 가정의 증가와 함께 가정폭력ㆍ불화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6년 된 A(31ㆍ베트남) 씨는 알콜중독인 남편의 구타를 피해 집을 나왔지만 갈 곳 없는 A씨는 결혼한 친구집에 잠시 머물다 술이 깬 남편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귀가했다.

결혼한지 4년 된 B(27ㆍ필리핀) 씨는 남편과 시부모의 인격모독ㆍ구박 등에 못 이겨 2살ㆍ5살 된 자녀들을 데리고 가출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여관․찜질방에서 전전해야만 했다.

내국인여성들이라면 이럴 경우 따뜻하게 반겨줄 친정이나 형제들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주여성들에게는 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데다 결혼했더라도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년 동안 남편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하기에 남편과 헤어질 경우 강제출국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한없는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며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들을 위한 폭력예방이나 보호를 위한 세심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홍성YMCA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결혼이주여성 및 가족들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상담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주여성들이 정작 보호받고 쉴 수 있는 시설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해서 이들 기관에서 상담이 끝난 이주여성들은 국제결혼을 한 친구들이나 지인의 집에 잠시 머물다 마음을 가다듬고 집으로 귀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상담팀장은 "남편ㆍ시댁과의 불화로 눈물을 흘리며 센터를 찾는 이주여성들이 상담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친구 집에 머물다 귀가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이주여성들이 정서적 안정을 취한 후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친정 같은 역할을 대신해줄 공간이 필요하다"며 이주여성쉼터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우리 며느리, 아내, 자식이라는 인식으로 그들의 눈높이에맞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상담소와 홍성경찰서에서 가정폭력 등으로 보호를 원하는 이주여성들의 통역을 지원하며 현재 YMCA에서 통역ㆍ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이은하(베트남) 씨는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오지만 지역 내 머물 곳이 없어 천안, 청주 등 타 지역에 마련된 쉼터로 가고 있다"며 "지역 내에 이주여성들이 잠시나마 편히 쉬며 보호와 함께 상담지원을 통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고향 같은 쉼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여성들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며 "가족과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힘이 들때 작은 관심으로 보듬어 준다면 얼마든지 한국사회에서 당당한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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