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가꾸며 맑고 고운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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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가꾸며 맑고 고운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09.2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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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재배하며 위암 극복한 농부 김철 씨


갈산면 운곡리에 사는 김철(70·운정국화원)<사진> 씨는 그야말로 소박한 농부다. 이곳에서 태어나 조상 대대로 4~5대째 살고 있는 김 씨는 국화와 더불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집에서 휴양을 하던 중 누군가 서부중학교에 예쁜 꽃을 전시해 놓았으니 구경을 가자는 말에 처음으로 국화를 만났다. 복도에 놓여 있는 국화가 너무 아름다워 직접 가꿔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그 때부터 국화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건강도 좋지 않은 몸으로 그저 국화를 키워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무작정 덤벼든 일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책이 많이 나와 있지도 않았고 알음알음으로 물어가며 서툴게 시작된 국화 가꾸기는 그야말로 김 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일기장을 꺼내 놓고 하루하루 국화가 자라는 모습을 기록하며 가꾸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미친 듯이 몰두했고 국화가 몇 cm씩 자라는지 상세히 기록하면서 한결같은 정성을 쏟았다. 당시 농업기술센터 직원이었던 지금의 전용완 소장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기저기 좋은 전시회가 있으면 데려가고 온갖 국화 키우는 농장에도 같이 다니면서 지금으로 말하면 체험학습을 한 셈이다. 결국 전용완 소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국화 농사는 제자리걸음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80% 군의 도움을 받아 지은 하우스도 있고 여러 사람 덕에 좋은 종자가 전국 여러 곳에서 온다고 한다. 5~600평의 하우스에 봄이면 팬지나 페추니아를 심고 그 자리에 못자리를 내고 가을엔 국화를 가꾼다. 100~200만원씩 국화 종자를 가져가기도 하며 얼마 전에는 태안으로 3~4일씩 국화를 운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지름이 2m 30cm가 넘으면 일반 화물차에 싣기도 어려워 수지타산이 맞지 않지만 그래도 소신껏 일한다.

홍성에서도 국화를 취미로 키우는 전문 동아리 회원 60여명이 있으며 100여명 정도가 취미로 국화를 키운다. 이제는 국화가 소득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김 씨의 경우는 1년에 2000~3000만원 소득을 창출한다.
“틀 같은 거 짜려면 솜씨가 있어야 한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자주 손을 대고 국화를 지극정성으로 가꾼다. 그리고 부지런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100명 중에 1~2 등을 하게끔 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대충 적당히는 통하지 않는다. 교육을 가면 그 소리를 빼 먹지 않는다. 요즘은 예쁘게 키워서 관공서 같은 데 조금씩 나눠주고 동네 어귀나 하천변에 국화를 심는다. 정말 자식 같이 정성을 들여 국화를 키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며 어느새 국화 전도사가 됐다며 환하게 웃는다.

김 씨는 “누구한테 나눠 주었을 때 그 사람이 잘 키운 국화를 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 2~3일 물을 안 주고 잎이 사그라들면 관리를 잘못한 내 책임이 크므로 너무 상심한다. 자식처럼 키웠을 때 보람을 느끼지만 젊은 사람들은 이런 심정을 잘 모른다. 대국 하나 만들려면 20~30번 이상 손이 간다. 봄에 묘목으로 나갈 때, 국화 시험장에 나갈 때 가슴이 뭉클하다”며 국화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표현한다.

국화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키워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며 키워본 사람에겐 끊을 수 없는 벗이 되어 해마다 아쉬움을 갖게 하면서 내년에는 좀 더 잘 키워야지 하는 발전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는 것이 바로 국화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꽃 재배와는 달리 종류도 많고 재배양식도 다양하며 재배기술 또한 무궁무진하며 생육과정의 변화가 빨라 지루한 감이 없고 정성과 기술의 결과가 곧 꽃과 모양으로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국화는 재배양식에 따라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며 아주 큰 작품을 만들 때는 1년 이상 걸리게 된다. 국화재배가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화 되어있어 키워보고 싶어도 성큼 내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국화재배는 다른 꽃 재배와는 달리 생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제때에 손질만 잘 해 준다면 초보자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연륜이 쌓아진다면 더욱 훌륭한 예술적인 작품이 창출될 것이라는 게 김 씨의 의견이다.

“국화재배는 하루에 햇빛이 4-5시간 정도 들고 심한 바람막이가 있다면 어디서나 남녀노소 누구나가 키울 수 있고 부지런한 습성과 건강과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게 하며 취미 내지는 정서생활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도 한다. 더욱이 재배가 서로간의 품종교류, 재배기술교류, 작품의 비교평가 등을 통해 정감을 두텁게 해주며 손수 가꾼 국화꽃을 이웃이나 가까운 친지에게 선물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국화를 벗 삼은 지 어언 12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좀 더 잘 키워야지 하는 희망 속에서 지난해를 반성해보며 욕심을 부려본다.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내 생각으로 그건 핑계다. 일거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 그리고 베풀면서 살자고 말하고 싶다”고 넌지시 얘기하는 김 씨의 모습에서 고통과 인내의 인생을 지나온 삶의 연륜이 묻어난다.

국화재배의 기술은 마치 바둑이나 장기의 수와 같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아직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아쉬움과 희망 속에서 앞으로의 여생을 즐기며 국화재배 기술보급과 국화애호인의 저변확대를 위한 것이 앞으로의 사명인 것 같기도 하다며 덤덤히 말하는 김 씨의 모습이 참으로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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