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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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한병래 소장
  • 승인 2011.11.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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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 래 사)홍성가족상담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 소장
장애인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의 일명 ‘도가니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법은 정부의 법안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될 계획이다.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7년,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외에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이 아닌 장애인 보호·교육 기관의 장과 직원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법정형의 최고 2분의 1까지 형이 가중된다. 아울러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선고유예 배제, 작량감경(酌量減輕)금지, 법률 상 감경사유와 횟수를 제한해 집행유예 방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약자를 위한 법, 장애인을 위한 법, 서민을 위한 법안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아동 성범죄를 범한 경우에 감경을 배제하며, 초범이나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이유로 작량하여 형을 감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은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장애아동 대상 성폭행 사건 영화 ‘도가니’를 통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켜 법 제정의 배경이 되었다.

영화 ‘도가니’는 지난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청각장애인 학생과 학교교직원간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무진’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지독한 안개로 진실이 가려진 무진 지역에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있는 학교와 기숙사에서, 듣지 못하는 농아들(김연두, 전민수)과 중복장애를 가진 아이(진유리)에게 끔찍한 구타와 성폭행, 성추행이 지속적으로 자행되어 오고 있었다.

그 학교에 교사로 첫 부임하던 날 강인호(공유)는 여자화장실의 비명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고 이상한 예감과 느낌을 갖기 시작, 폭력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영수의 죽음과 그 전에 있었던 학생들의 자살이 구타와 성폭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해자는 자애학원 설립자의 아들들. 쌍둥이인 교장과 행정실장이었다. 여기에 기숙사 생활지도교사까지도 관련 비인간적인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강인호는 무진인권운동센터 간사인 서유진, 최요한 목사 그리고 연두 어머니 등과 함께 성폭행사건의 실체를 파헤친다.

자애학원과 결탁한 무진의 세력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폭력과 거짓을 동원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증언이 매스컴을 타게 되면서 사건은 드러나고 무진시는 발칵 뒤집히고, 가해자들은 재판에 회부된다.

강인호와 서유진, 아이들은 진실이 규명되고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큰 기대를 품었지만 현실은 커다란 상처와 절망만을 안겨준다. 결국 가해자들의 진상이 들어나지만 가해자의 법적인 처벌은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솜방망이 판결로 끝을 맺고 만다.

‘도가니’와 무진시는 안개 속으로 거짓과 협잡과 폭력, 진실과 치부를 덮어버리려 한 것이다.(영화 중에 전민수(백승환)는 내가 용서 안 했는데, 누가 용서했다고 그래요? 나랑 동생 앞에 와서 무릎 꿇고 빌지도 않았는데… 누가요 누가)

도가니 실제의 낱말의 뜻은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흥분, 광란’이다.

영화 ‘도가니’는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울분을 불러일으킨 분노의 도가니였다. 이 사건의 끔찍함을 네티즌들은 재공론화 하였다.



법의 문제보다 돈과 권력이 상위법에 있는 이 구조에 문제가 있었다. 실질적으로는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할 장애아들을 상대로 한 파렴치범죄행위에 대해 관대한 처벌이 내려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판결에 대해 경찰청이 사건 재조사를 주장했으며, 사회복지법인 부조리 문제와 관련, 관련 법안의 대책마련 등이 실시됐다.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인화원 처리, 가해자 처벌 강화, 피해자 보호 확대, 사회복지법인·시설의 투명성 확보 등이다.

장애인 강간죄의 법정형을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장애인 성폭력 범죄는 1회만으로도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가 가능하게 된다.

성폭력 범죄가 친고죄로 돼 있어 고소된 이후에도 피해자를 압박해 합의를 받아내는 바람에 풀려나거나 처벌이 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범인을 가해자들이 합의금으로 준 돈 몇 푼 받고 용서한다는 것은 성범죄자들이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정의로 이 사회를 규정하게 될 것이다. 피해자들에게는 돈이 아닌 성폭력 당하기 전의 원래 본연의 모습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도가니 영화로 인한 관심은 다른 어떤 사건의 법제정과 같은 법도 필요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장애인들에게 세상이 도움을 주는 관심이 되어야한다.

자신의 뱃속에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으로 태동이 있는데도 임신을 자각하지 못하고 한참 배가 불러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알려져 상담하게 되는 지체장애인의 성폭력사건을 접할 때 참으로 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쇠가 쇠를 먹는다고 한다. 쇠에 녹이 슬면 그 쇠의 녹이 쇠를 먹는 것이다. 자신의 한순간의 성적 욕망이 가해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영화 ‘도가니’는 우리들의 마음을 약자 중에 약자인 장애아들 편에 서서 참을 수 없도록 뒤흔들어 놓았다.
지금도 어디선가 유리, 연두, 민수 같은 아이들이 고통 받는 제2, 제3의 도가니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 그들을 보호하고 돌봐주어야 하며 지속적인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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