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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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권기복(홍주중 교감·칼럼위원)
  • 승인 2015.07.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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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과 19일, 청운대학교에서 개교 20주년 기념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 공연이 있었다. 오후 7시 반부터 2시간 남짓한 대작이었다. 야외 음악당에 무대 시설을 꾸미고, 푸른 오월의 밤을 뜨겁게 달구었다. 야외 공연은 자칫하면 집중력을 깨치기 쉽다. 게다가 둘째 날은 비까지 내려서 중간 중간마다 다소 소란해지기도 하였지만, 작품에 흠뻑 빠지다보니 흥미를 빼앗기지 않게 되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이며,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하여도 가장 마땅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전반에 걸쳐 재치와 익살이 풍부하기에 남녀노소 마음을 풀고, 공연 분위기에 젖어들면 된다. 첫째 날은 다른 모임이 있어 함께 참여하지 못하고, 둘째 날에 관람을 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제 역할을 참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뮤지컬 배우 대명사인 남경주님의 특별출연으로 부른 노래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 날 오후에 충청남도 홍성교육지원청 주관 행사로 ‘온드림 스쿨’에 학생들을 인솔하여 갔었다. 관내 중학생들 1500여 명이 홍주문화체육센터에 집결하여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 마지막 7명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있었다. 여중학생들의 비명과 고함 소리 속에 현란한 레이저광선 및 춤가락과 함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내 귀에는 단 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훨씬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청운대학교 예술대학 6개 학과가 함께 종합예술 형식으로 만든 <한여름 밤의 꿈> 공연장에는 그리 관객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청운대 학생들로 자리가 메워지고, 홍성 지역의 주민들과 중·고등학생들은 외면한 상태였다. 이튿날 나 혼자 공연장에 갔다가 만나 뵙는 교수님들마다 학생들과 함께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 첫째 날도 많은 학생들이 관람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학교에서는 관심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홍보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은 지역에서 개최되는 문화예술행사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문화예술을 향유한다는 사람들은 관람비와 교통비 등을 포함하면 몇 십 만원을 지출하고도 서울로 간다. 아마 남경주라는 뮤지컬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서울에서 한다면, 거금을 투자하고 서울로 갈 사람들도 여럿 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남경주가 출연한다 하여도, 지역무대에는 관심이 없다. 일류배우만 삼류로 전락하고 마는 꼴이다. 그러다보니, 명망 있는 배우들이 서울 공연을 고집하지 지역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이는 결국 지역 문화예술의 황폐화를 초래하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현재 그 길로 내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50억 원을 투자한 공연 작품과 5000만 원을 투자한 공연 작품의 수준과 질이 같을 수는 없다. 일류 배우와 삼류 배우가 연기하는 맛이 같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류 배우도 삼류 배우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 문화예술도 무조건 삼류라 하여 도외시 하는 것보다 함께 사랑과 관심을 쏟아서 삼류가 이류가 되고, 이류가 일류가 되게 해야 한다. 그게 문화시민의 도리이고, 의무이다. 지방자치단체장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문화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줘야 한다.

청운대학교 개교 20주년 기념, <한여름 밤의 꿈> 공연은 그런 점에서 너무나 아쉬웠다. 물론 지역에서 공연해 본 사람들은 그 공허함을 실감하면서 버텨왔다. 작품을 선택하여 서너 달씩 연습하고, 두세 차례 공연하면 끝이다. 스스로 찾아오는 관객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총기획한 청운대학교 방송연기학과 이성열 교수님께 홍성군 관내 학생들 1학기 2회고사가 끝난 후에 몇 차례 공연하여 주시면 참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 바가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한 흔쾌한 답변은 내놓지 못할 것이다. 첫 번째가 관객이요, 두 번째가 그에 따른 부대비용을 누가 떠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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