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권력, 바른 언어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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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권력, 바른 언어 사용해야”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5.11.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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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고은 시인 초청 인문소양 특강 열기 가득

청운대학교(총장 이상렬)는 21일 대학본부 청운홀에서 고은<사진> 시인을 초청, 재학생 및 교직원, 지역주민 등 30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했다. 이날 특강은 ‘2015 인문도시 지원사업 선정’의 일환으로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시간, 고은 시인 인문소양 특강’이란 주제로 실시됐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오르며 한국을 넘어 세계적 시인으로 명성이 자자한 고은 시인이 홍성의 청운대를 찾아 특강을 진행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고은 시인은 30년에 걸쳐 완성한 연작시 ‘만인보’는 세계 문학사의 기념비적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특강에서 고은 시인은 ‘현대문학사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고은 시인은 “홍주는 문(만해 한용운)과 무(백야 김좌진)의 태생지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고은 시인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강조하면서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화두로 특강을 시작했다.

고은 시인은 “중국의 제후국으로 한자가 있는데도 자기 문자를 갖는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주체임을 표현하는 것이다”며 “이 때문에 당시 중국을 의식해 한글을 천민들이 사용하는 언문이라 낮춰 한글을 반포했다. 한글은 집현전이 조합해 만든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혼자 측근의 도움을 받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며 “이런 한글은 다른 언어들의 결점과 한계를 극복해 언어의 이상형을 만들어낸 글자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세상을 떠난 이후 중화사상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상놈들이 쓰는 상스러운 글자로 치부돼 ‘쌍글’, 계집들이나 쓰는 글로 비하한 ‘암글’, 뒷간을 지칭하는 ‘똥글’ 등으로 모욕을 받기도 했다”며 한글이 창제된 이후 겪은 굴곡진 세월에 대해 설명했다.

고은 시인은 “1945년 해방은 나라의 해방뿐 아니라 한글의 해방이었다. 한글이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고 강조하고 “언어는 권력이다”며 “우리 젊은이들이 천박한 언어를 사용하지 말고 우리의 올바른 언어를 사용해 달라”고 당부를 하기도 했다.

고은 시인은 조선의 3대 천재라 불리는 벽초 홍명희,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의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 나갔다. 홍명희는 양반 중의 양반, 최남선은 중인 출신, 이광수는 고아로 평안도 출신의 상놈이었지만 10대 시절을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고. 세 천재 중 최남선은 일본 유학시절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고 조선으로 돌아올 때 인쇄기와 종이를 사들였다.

18세 소년 최남선은 집필·제작·편집을 도맡아 ‘소년’이란 잡지를 만들었고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작품을 발표했다며 청년기 패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한국현대시의 출발점이란 설명을 하면서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 김소월, 정지용, 김수영, 고은으로 이어지는 현대시단의 계보를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과 관련해 “조선의 모든 살아 움직이는 언어를 담은 책”이라고 극찬하며 “대학시절 ‘장편소설 임꺽정’은 대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로 우리 민족의 황홀한 겨레의 말들이 잘 들어있는 보고(寶庫)”라고 추천하며 필독을 권했다. 이밖에도 박정섭 교수(뮤지컬연기학과)는 고은 선생의 ‘은파에서’와, ‘그 꽃’을 아름다운 노래의 선율로 보답하며 행사를 마무리 했다.

고은 시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답게 ‘백두산에 올라’란 자작시 낭송을 끝으로 특강을 마무리했다. 이어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마치 잔칫날처럼’이라는 시선집을 증정하면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고은 시인은 일제식민지 시절인 1933년 전라북도 군산(당시 옥구)에서 출생, 18세에 출가수행 중 1958년 ‘현대문학’에 시 ‘폐결핵’으로 등단했다. 시·소설·평론을 포함한 150권 이상의 저작을 발표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청춘의 시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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