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새로운 문화투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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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새로운 문화투쟁 필요”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1.0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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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씨,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으로 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정조 시대 신구 세력 간 문화투쟁을 다각적으로 해부


홍동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백승종(54) 대표가 한국일보사가 주최하고 ㈜두산이 후원하는 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학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달 16일 한국일보는 백승종 대표의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책이 수상작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출판문화상은 좋은 책을 쓰고 만드는 저자, 편집자 등 출판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국내 최고 전통과 권위의 출판 잔치다. 시상식은 오는 30일에 열리며 50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준다.

역사학자 백승종 씨는 1990년대부터 독일, 프랑스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서 강의하며 역사를 연구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백씨는 서구 미시사 연구 이론과 방법론으로 우리 역사를 분석해 주목 받았다.

이번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학술 부문 수상작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도 이 같은 미시사 연구 계보를 잇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18세기 조선을 소개하며 역사에서 잊혀진 선비 강이천(1768~1801)을 불러낸다. 문화군주 정조가 사실은 성리학 이념을 절대 수호한 보수군주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서문을 연 후 조선왕조실록 등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정조시대 실체에 다가간다.

그가 정조의 정치·문화적 역량을 인정하면서도 보수주의자로 평가하는 것은 문체반정(1791) 때문이다. 문체반정은 당시 사대부에서 유행하던 패관소품체(稗官小品體·청에서 번성했던 짧고 자유로운 형태의 글 양식) 대신 고문체로 돌아가라는 강압적인 문화운동이었다. 그간 학계에서는 이 사건을 패관소품을 즐겨 썼던 노론 세력을 억누르고 소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주로 해석했다.

하지만 백 씨는 이를 ‘새로운 문체로 표현되는 새로운 사상을 막고 주자학으로 돌아가기 위한 정조와 젊은 사대부들의 문화투쟁’으로 풀이한다. 이 투쟁의 한 가운데 있던 인물이 강이천이다. 표암 강세황의 손자인 그는 어려서 정조 앞에 나아가 시를 지을 정도로 재능 있고 촉망 받는 인물이었지만, 소품체에 매진한다는 이유로 정조의 눈 밖에 났다. 이후 김건순 등과 어울려 비밀조직을 만들고 정감록과 천주교를 공부하다 혹세무민 죄로 감옥을 들락거렸고 결국 옥사했다.

아울러 백 씨는 정조시대를 재구성하면서 자신의 질문과 생각을 담은 연구노트와 비평을 삽입했다. 백 씨는 “겹겹이 포개지고 뒤틀린 역사적 진실을 담아내려면 서술방식도 다양해져야 한다”며, “복잡다단한 인간 행위와 생각을 담기 위해 여러 서술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홍동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백승종(54) 대표

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자 선정에 대한 소감 한 말씀
뜻밖의 수상소식에 많이 놀랐습니다. 훌륭한 저술이 많은데... 제 책에 뭐 그리 뛰어난 점이 있겠습니까? 운이 좋아서 선정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란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수상작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을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
18세기 조선은 중대한 변화를 목전에 둔 매우 혼란스런 시대였습니다. 총명하고 다재다능한 왕, 정조가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하지만 정조는 새 시대를 향해 변화의 물꼬를 트지 못했습니다. 왕은 기득권층의 입장에 서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점을 완전히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에서 저는 바로 그 점을 밝히고자 했습니다.

정조가 ‘불량선비’로 취급한 강이천이야말로 실은 조선사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자 한 선구자였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문학사조와 천주교 그리고 <정감록>이라는 문화적 병기를 통해 그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였습니다. 제 책은 강이천과 정조로 대변되는 신구 세력 간의 문화투쟁을 다각적으로 해부했다는 점에 다소나마 의의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술서를 통해 현 세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의미는
새로운 문화투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국 발 신자유주의. 이것은 99%에 속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세계 각국에서 젊은이들이 ‘오큐파이!’를 외치며 잘못된 금융정책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도 문제고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았듯이 원자력도 아주 큰 문제입니다. 문제의 근원이 경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생태주의적인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살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향후 지역 내에서의 활동 계획은
홍동에서 마을공동체문화의 실상을 더욱 꼼꼼이 기록할 것입니다. 농민의 구술생애사를 채록하는 작업도 계속되어야 하고,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마을지도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대학>과 <중용> 등 동양고전을 주민들과 함께 읽고 토론할 것입니다.

향후 군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홍성의 숨겨진 역사 발굴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저로서는 농민역사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알려주는 자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면 상당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홍성군은 선비의 고장이지만 또한 평민지식인과 농민들의 약진도 뚜렷했던 곳이라 믿고 있습니다.

‘좋은 글쓰기’를 염원하는 독자와 학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
좋은 글쓰기? 저도 지금보다는 나은 글을 쓰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할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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