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로> 충남의 농업을 문화유산으로
상태바
<홍주로> 충남의 농업을 문화유산으로
  • 장미화<홍성군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주민기자>
  • 승인 2014.06.19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년 전 친구네 집에 가서 돼지감자와 파프리카 장아찌를 만났다.
그동안 장아찌하면 짠 걸로 생각하고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먹었는데 짜지 않고 아삭한 식감에 깜짝 놀랐다. 짠 걸 싫어하는 나에게 새로운 음식과의 첫 만남이랄까 설렘 그 자체였다.
깻잎 간장 장아찌, 된장장아찌, 청양고추와 멸치를 넣은 깻잎찜, 매콤달콤 고추장장아찌 등등...원재료 하나만 가지고도 양념과 담그는 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맛을 내는 장아찌의 묘한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었다.
퇴근 후나 주말이면 수시로 밭에 나가 깻잎을 따서 엄청난 양의 종류별장아찌를 담가 SNS통해 알려 열심히 나누어 전국각지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품평회를 열었다. 다들 장아찌는 짤 것이라는 편견으로 대했던 분들이 짜지 않은 것을 맛보고는 괜찮다며 장아찌가 짜지 않아 좋다고 하였다.
이에 용기를 얻어 지난해와 올해 다양한 장아찌와 효소를 담갔다.
이른 봄부터 머위, 두릅, 가시오가피, 엄나무, 뽕잎, 두메부추, 더덕, 취나물, 제피잎, 양파, 피망, 마늘쫑 등을 직접 산과 들에 다니면서 채취하고 기른 것을 소재로 간장, 된장, 고추장등 원재료별로 특성에 맞게 장아찌를 담갔다.
또 곰취, 명이나물, 부지깽이나물 등은 멀리 공수하여 간장으로 장아찌를 담갔고 머위, 아카시아꽃, 물앵두, 솔잎새순, 오디, 매실, 블루베리, 보리수는 효소로 시도해 보았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녀석들이 어떤 색깔과 어떤 맛으로 뽐낼지 참 많이 궁금하다. 종류에 따라 금방 먹을 수도 있고 어떤 것은 몇 년 뒤에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녀석도 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과정에서부터 오랜 숙성과 발효의 과정을 거치는 진정한 슬로푸드들이다.
가끔은 그 맛과 색이 궁금해서 살짝 살짝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 나 혼자가 아닌 함께 건강한 먹거리를 나누고 싶다. 혼자서 독학으로 하다 보니 부족한 것도 많고 아직 우리 어르신들의 깊은 맛을 잡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충남 도내 각 시군별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어르신들의 오랜 기간 손맛으로 내려온 전통의 다양한 맛을 찾아내어 충남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함께 충남도만의 발효음식으로 영상과 자료로 남기고 싶다.
충남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6차 가공 사업으로 우리 어르신들의 손맛과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농업은 단순한 먹거리 생산 활동이 아닌 생명산업이요 우리 전통고유산업이다. 우리는 이것을 발전시켜 자료로 남기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
예전에는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을 그냥 흘려듣고 말았는데 나이가 들고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가공하다보니 농사는 결코 “농사나 짓지” 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후, 토질, 과학, 역사, 경영, 철학, 인문학, IT산업 등 모든 학문과 최첨단 학문이 만난 아주 귀한 산업이다.
우리는 이제 1차로 생산된 상품을 우리 전통과 새로운 학문을 접목해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 지금 당장 나, 우리, 모두가 함께 해보지 않으시렵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