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리에 있건 그 자리의 주인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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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리에 있건 그 자리의 주인이 되길"
  • 이은주 기자
  • 승인 2009.08.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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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인터뷰] 홍북초 김명환 교장

홍북 초등학교에 들어서니 학교전체가 공사 중이다. 무더운 날씨 속에 학교 교실바닥과 출입문 공사에 한창인 사람들 틈에 땀을 흘리며 서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가 바로 낼 모레 퇴임을 앞둔 김명환 교장이었다. 퇴임을 앞둔 사람이란 느낌보다 한껏 들떠있는 모습이 마치 신규임용 된 초임 교사처럼 보였다. 오는 8월 31일, 정년퇴임식을 갖는 김명환 교장을 만나 38년 9개월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감회와 학생들을 향한 끝없는 열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몸은 비록 교육계를 떠나지만, 홍성교육의 발전과 홍성군의 발전을 위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특히 부족한 사람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학부모와 동료, 후배 교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교직을 떠나며 남긴 김명환 교장의 감회이다.

김 교장은 홍동면 원천리 출신으로 홍동초, 홍성중, 홍성고, 공주교육대를 나와 60년대 후반 군 생활을 마치고 70년대 초 결성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교편을 잡았다. 2003년부터 은하초와 예산 예덕초 교감을 거쳐 2007년 아산 도고초 교장, 2008년 홍북초등학교 교장으로 39여 년을 교직에 몸담아왔다.

퇴임을 하는 심경에 대한 질문에 “심경이라고 할게 뭐 있나요. 떠나면서 자랑거리가 많았으면 좋았을 걸...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며 겸손한 미소를 짓는다. 오랜 세월동안 교육에 헌신했던 사람이 정년퇴임을 하면서 느끼는 심경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홍북초에 부임한 김 교장은 ‘꿈과 사랑이 가득한 즐거운 홍북 교육’이라는 교육지표 아래 ‘농어촌 중심학교 운영’, ‘경로효친을 통한 인성교육 실시’, ‘1인 1자격증을 취득하여 나의 가치 높이기’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였다.

"학생들의 교육은 학력신장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실천하기위해 경로효친 인성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1080 홍북예절 지킴이' 생활교재를 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경로효친을 생활화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것입니다" 김 교장은 농어촌 학교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꿈과 사랑이 가득한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특히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해 다목적 강당을 신축, 도서실, 영어실, 과학실, 보육교실, 유치원 환경 등을 획기적으로 바꿔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도 앞장 섰다.

"우리 홍북의 꿈나무들이 지금은 비록 깊은 산속의 돌멩이와 같이 미약한 존재이지만 먼 훗날 큰 건물의 반석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렇듯 김 교장은 학생들의 바른 인성함양과 학력신장에 온 정렬을 쏟아 올곧은 품성을 겸비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노력의 결과로 홍북초는 교육과정 운영평가에서 우수상과, 경로효친 중심 인성교육 표창, 교육사랑 A/S최우수학교 교육감상 등을 수상하는 업적을 남겼다. 김 교장은 이번 퇴임식에서 홍성교육청으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전수받는다.

교육자로써 39여 년을 생활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친 김 교장은 퇴직을 앞두고 있으니 그동안의 많은 제자들이 더욱 생각난다고 한다.

"이경훈 학생이라고 생활형편이 아주 가난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체구도 아주 작고 몸도 약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맡은 일에 책임감이 아주 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제자였습니다. 지금 그 학생이 대전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경훈 부장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교장이기 전에 인생선배로서 당부해줄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교장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중국 당나라 때 임재선사의 말을 인용하며 "어느 곳에 임하든지 주인공으로 깨어있으면, 자신이 처한 그곳이 모두 진실되고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느 곳, 어느 자리에 있든지 그 자리의 주인이 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음 합니다"

등산과 운동이 취미라고 말하는 김 교장은 아직은 다부진 몸과 마음으로 십년은 거뜬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소탈한 웃음과 함께 창문너머의 햇살 속으로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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