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중, 교복값 거품빼기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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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중, 교복값 거품빼기 팔 걷었다
  • 이은주
  • 승인 2010.03.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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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부모·학생 '교복값 내리기' 합동전

▲ 기증된 교복을 정성스레 수선하고 있는 홍주중학교 졸업생 자모회.


지난 주말, 홍주중학교(교장 정덕현) 교실에서는 학부모들이 모여 분주한 손길로 옷을 수선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름표를 떼내고 지퍼가 고장났거나 단추가 떨어진 옷 등을 수선한 후 세탁을 위해 가지런히 담아 모아둔다.

학부모들이 수선하고 있는 이 옷은 지난 9일, 홍주중 졸업생들이 졸업식에서 기증한 교복과 체육복이다. 이들은 기증받은 교복과 체육복을 학교에 모여 꼼꼼히 수선한 후 각자 나눠서 집으로 가져가 깨끗이 세탁하고 다림질을 거쳐 학교 과학실 한 켠에 마련해 둔 장소에 진열해놓았다. 새 교복이 필요한 신입생이나 전학생, 재학생들은 이곳에서 자신에 맞는 옷을 골라 30만원짜리 교복을 무료로 입을 수 있다.

▲ 수선과 세탁을 거쳐 깔끔하게 거듭난 새 교복이 새 주인을 기다리며 진열대에 가지런히 걸려있다.

학부모들이 나서 기증 구입 권장

이렇듯 정성껏 교복을 수선하며 교복 물려주기에 앞장서고 있는 학부모들은 올해 졸업한 졸업생들의 어머니들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홍주중학교 3학년 자모회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 가뜩이나 부담되는 교복 값으로 학부모들의 시름이 날로 늘어나면서 자모회 활동의 마지막을 뜻 깊게 보내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교복 물려주기를 적극 추진하게 된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교복 물려주기 행사는 우선적으로 하복에서 동복으로 바뀌는 10월경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복 물려주기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교복 기증을 권해 50벌의 하복을 기증받았다. 이어 졸업식이 있기 전 학교 어머니회신문에 홍보를 하고 졸업생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교복을 기증해주길 당부했다. 그 결과 하복 60벌, 동복 30벌, 체육복 100여벌을 기증받게 되었다. 하지만 교복물려주기 추진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없진 않았다. 학생들은 교복을 물려주려 하는 반면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로 학생들이 교복을 물려줄 수 없는 경우와 기증받은 교복이 너무 낡아 수선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정덕심 자모회장은 "교복 물려주기는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교육이라 생각한다"며 "모두가 부모 된 입장으로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졸업생 학부모 김옥순 씨는 "학생들이 기증한 교복 중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학생들로 인해 1년 밖에 안된 새 교복도 있지만 구멍난 교복을 덧대어 꿰맨 교복과 작아진 교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단을 내고 또 내서 바지 끝단이 다 헤진 교복도 있었다"며 "교복값이 비싼 탓에 새 교복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아픈 마음이 느껴져 안쓰러웠다"고 전했다.

교복 물려주기 행사는 앞으로 2주에 한번씩 학교 어머니회신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교복 구입을 원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구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홍주중학교 교무실은 벌써부터 입소문으로 전해져 교복을 구입하고자 하는 신입생과 전학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교복 물려주기에 동참한 신입생 학부모 김지영(가명)씨는 "교복이 10만원 정도만 돼도 구입하겠는데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새 교복이나 다름없는 교복을 무료로 구입할 수 있게 되어 한시름 놓았다"며 "감사한 마음에 교복 물려주기에 동참해 세탁을 맡게 되었다"고 전했다.

정덕심 자모회장은 "교복 물려주기를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았다"며 "단순히 일회성 행사가 아닌 홍주중학교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열의에 감사함을 표한 정덕현 교장은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통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학생들에게는 절약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학교에서도 선후배간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교복물려주기 행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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