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동면 대영리 <황새울>에서 충청도 말을 배워 시를 어찌나 맛깔스럽게 만드는지 삶의 지독한 슬픔이나 고통을 익살로 불러내는 솜씨가 타고났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정록(46·사진)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정말>>을 출간했다.
사소한 사물과 평범한 일상에서 따스함을 발견해 온 이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보다 성숙해진 눈길로 우리네 살림살이를 돌아본다. 삶 또는 죽음에 대해 집착하지 않고, 해학과 능청을 통해 담담한 어조로 일관한다. 세상에 지친 이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남겨진 자들을 눅눅함 없이 한숨을 날려 보내며 따스하게 위로한다.
총 4부로 나뉜 이번 시집 <<정말>>에는 <식구>, <홍어>, <국밥 한 그릇> 등 일상을 소재로 한 시에서부터 본지에 기고했던 <돌아서는 충청도>를 비롯해 <엄니의 화법>, <느낌표>, <금강조경원 장씨>, <내포석재 애기불> 등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시들도 함께 수록됐다.
보통 시집명은 수록 시로 하지만, 시집 안을 아무리 찾아봐도 <정말>이라는 시는 없다. 이 시인은 "원래 제목은 아니었지만, <정록의 말>의 줄임으로 생각하거나, <정말?>이라고 질문할 정도로 황당한 시가 있어 제목으로 달았다"며 "출간하고 보니 주변에서는 <정말>이라는 단어가 책 속에 네 번 나온다는 말을 하더라"며 웃었다. 이 시인에 따르면, 이번 시집은 "쓰는 게 아니라, 받아 모시고 온몸으로 주운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예전보다 더 성숙해진 시선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특유의 해학과 관조를 풀어놓는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마저도 해학을 넘어 다소 능청스럽게 다루는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이상하게끔 따스한 위로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값 7000원, 창작과 비평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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