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8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공포를 견디게 하는 한 사람 공포를 견디게 하는 한 사람 많은 사람이 어둠을 싫어한다. 어두움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상황에서 경험했던 공포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생명의 위험을 느꼈지만, 표현하지 못해서 억압됐던 감정은 어두운 환경과 만날 때 공포로 귀환한다.G는 40세 남성으로 미혼이다. 지금까지 1년 이상 근무한 직장은 한 번도 없었다. 현재 일하는 곳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퇴근 후 스마트폰으로 폭력성 게임을 하면서 몸을 씻고, 밥을 먹는다. 그대로 게임을 하다가 몇 시간 자고 일어나서 또 게임을 한다. 꿈에서도 게임이 자주 나타난다. G는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11-05 08:34 화난 원숭이 화난 원숭이 우리는 희노애락(喜怒愛樂)의 감정을 느낀다.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기쁘면 입 꼬리를 올리거나 치아를 드러내어 웃는다. 슬프면 얼굴빛이 어둡거나 눈물을 흘리고,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눈을 치켜뜬다. 인간은 몸으로 여러 감정을 표현한다. H는 고3 남학생이다. 지각이나 결석을 자주 하지만 출석 일수를 맞춰야 졸업할 수 있기에 아침마다 무표정한 얼굴로 학교에 간다. 공부에 대한 의욕은 사라진지 오래 됐고 수업시간에는 습관처럼 책상에 엎드린다. 집에서의 H는 학교와 사뭇 다르다. 아버지는 자신뿐만 아니라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10-22 10:58 마음의 면역력 마음의 면역력 2020년 추석(秋夕)은 코로나와 함께 다가왔다. 흩어진 가족들은 대면과 비대면으로 덕담(德談)을 한다. 명절은 매일 되풀이되는 평범한 일상을 멈추고 조상과 가족을 생각하게 만드는 날이다. 추석 때 가족과 친지들이 관심을 표현하며 묻는 질문이 연령대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다.20대 취준생 A씨는 ‘뭘 하고 싶은 거니?’ ‘뭐하고 있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관심을 가장한 침범으로 느껴져 마음이 편하지 않다. 30대 직장인 B씨는 ‘직장은 안정적이니?’ ‘남자친구는 있니?’ 같은 질문을 받는다. 이런 질문을 들으면 자신의 삶이 다른 사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10-08 08:32 코로나 시대 비대면 상담을 하면서 코로나 시대 비대면 상담을 하면서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꿨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남을 통해 움직이던 세상은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Untact)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비대면 상담을 현장에서도 받아들이게 됐다. O양은 초등학교 1학년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마른 체형이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무서운 벌레 생각으로 잠을 못 잔다. 그래서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되면 집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O양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장난감 놀이를 할 때는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9-17 08:34 내가 바뀌니 아이가 바뀌네요 내가 바뀌니 아이가 바뀌네요 우리 몸의 세포는 매일 100억 개가 죽고 태어난다. 장 내벽 점액은 5일마다, 피부는 30일마다, 간은 6주마다 새로운 세포로 거듭난다. 이렇게 우리 몸이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J는 40대 중년 여성이다. 10여년 동안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에게 서빙하다 보니 몸은 쉴 틈이 없다. 겨우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온 몸이 욱신거리지만 아들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보는 아들은 몇 번을 불러야 방문을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9-03 09:50 나쁜 기억 속에 숨은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속에 숨은 좋은 기억 모든 사람에게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있다. 그런데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는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람은 자기 기분에 따라서 기억을 왜곡한다. 우울하고 힘들 때는 내 인생이 실패로 끝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K는 36세 무직자이다. 20대부터 자영업을 성실하게 운영했지만 3년 전 아내와 이혼 후 게임으로 많은 돈을 잃었고, 현재 파산 신청을 한 상황이다. 더구나 6년 전 의지했던 어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였기에 그 충격은 매우 컸다. 이후 아버지는 재혼하셨고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8-27 08:41 몸의 기억 몸의 기억 몸은 중요한 기억의 저장고이다. 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자세와 표정, 억양, 호흡의 리듬, 걷는 방식 등은 몸이 저장하고 있는 기억을 반복한다.중학생 J는 학교 가는 것이 싫다. 학교를 지각할 경우 친구들로부터 받는 시선이 매우 불편하다. J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집에서 게임할 때와 걸그룹 트와이스 유튜브를 시청할 때이다. 특히 트와이스가 컴백한 날은 가장 즐거운 날로 기억되며, 트와이스 멤버들의 뷰티, 리빙, 여행 카테고리로 구성된 품목을 구입하는데 용돈의 일부를 지출하고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8-06 08:33 버텨내기 버텨내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 시작이다. 엄마가 되는 것은 고통이며 신비이다. 육아는 전쟁이다. 육아에는 휴가가 없다. 어떻게 하면 긴 육아의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을까. H는 결혼과 동시에 동남아시아로 이민을 갔다. 초기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취직한 남편과 즐겁게 생활했으나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양육 스트레스가 급증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이만이 유일한 세상이었다. 딸이 울면 젖을 물리고, 똥을 싸면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시키는 일상이었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젖소가 된 것 같아 우울감이 밀려왔고, 아이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7-23 09:35 안전지대 안전지대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래서 돈은 힘이다. 돈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돈이 있으면 최소한의 안정성은 보장받는다. 돈이 없어서 수치와 모욕을 경험했던 기억은 돈을 벌면 어린 날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내면 아이는 소리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쫒고, 돈 벌기를 간절히 원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A는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와 하인들에 의해 귀공자로 떠받들어졌다. 할머니는 A가 음식을 잘 먹지 않으면 어르고 달래서 밥을 먹여주셨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셔서 유아동기를 가장 행복한 시기로 기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7-09 09:00 몸과 마음의 균형 몸과 마음의 균형 의식의 중심은 자아(ego)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중심에는 자기(self)가 있다고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의 중심인 자아를 따라 이익과 손해의 관점에서 살아간다. 한 때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좋지 않은 때도 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의 중심인 자기를 만나는 경험을 한다. 나는 건강한 삶을 위해 면역 해독(解毒, Detox)을 간헐적으로 하고 있다. 그때마다 두통과 어지러움, 메스꺼움과 구토, 나른함과 몸살, 하품과 통증, 하혈과 설사 등 몸이 보내는 신호는 매우 다양하다.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6-25 09:00 38선을 넘다 38선을 넘다 과거의 자기를 떠나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은 기쁘지만 힘겨운 일이다. 오랫동안 꾸중을 들었던 사람이 갑자기 칭찬을 받으면 그 칭찬을 믿기 어렵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린 아이 때 상처의 감옥에서 산다. 심리학에서는 그 아이를 마음 속의 아이라고 부른다. 내 마음에도 그런 아이가 살고 있다. 낮잠을 잤다. 아프지 않으면 낮에 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온 몸이 쑤셨다. 땅으로 꺼져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따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누웠다. 그리고 스르륵 어느새 잠이 들었다. 어느 순간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보았다.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6-11 09:00 환상 환상 삶이 너무 힘들 때 우리는 꿈을 꾼다. 실패가 성공으로 바뀌는 꿈을 꾼다. 프로이드는 꿈은 소원성취의 기능을 갖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밤에만 꿈꾸지 않고 낮에도 꿈을 꾼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을 보고,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 세계로 들어간다. 나니아 연대기는 총 7권으로 구성된 판타지 아동문학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를 중심으로 제1편 이 개봉됐다. 네 명의 남매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공습을 피해 이모의 시골 별장으로 가게 된다. 아이들은 시골생활의 따분함을 견디기 위해 숨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5-28 09:00 빛과 그림자 빛과 그림자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 젊은 날에는 빛을 따라간다. 그림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성공을 추구했던 젊은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그림자가 중년의 나이가 되자 눈에 들어온다. 나는 출근길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다. 오늘도 아버지는 감나무 밭에서 전화를 받으셨다. 올해는 서리가 많이 와서 상해가 크다고 한숨을 내쉰다. 공무원으로 퇴직하시기 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밭에 감나무를 심으셨다. 2~3년 간격으로 400주가 되는 감나무 껍질을 손수 벗기시고, 퇴비를 넉넉히 뿌려 땅을 기름지게 하고, 가뭄이 들 때면 인근 저수지 물을 연결해 감나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5-14 09:00 사랑의 언어 사랑의 언어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생존을 위해 산소도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감이라는 정신적 산소가 필요하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현대정신분석학은 말한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 사랑이라는 정신적 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수현이는 스무살 여대생이다. 새내기 대학생이지만 학과 공부나 동기들과 어울리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수현이가 학교와 자취방 외에 유일하게 가는 곳은 학교 인근에 있는 카페다. 구석진 자리를 좋아해서 항상 지정석처럼 카페의 구석 자리에 앉는다. 스마트폰을 하던 중 채팅 어플을 알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4-30 09:00 여자의 인생 사계절 여자의 인생 사계절 봄이 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된다. 어린 아이는 자라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사람은 인생의 사계절을 살아간다. 봄은 봄대로 아름답고 여름은 여름의 장점이 있듯이 인생의 사계절도 저마다의 기쁨이 있다.얼마 전, 친정 엄마는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을 하셨다. 80세의 많은 나이 때문에 수술하는 것이 걱정됐다. 엄마는 수술 후 심각한 통증과 섬망 증상으로 힘들어 하셨다. 아픈 엄마를 보면서 가족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병상의 엄마를 혼자 둘 수 없어, 가족들은 토의 끝에 일정을 조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4-16 09:00 마음의 앨범 마음의 앨범 사람의 기억은 신기하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다시 기억의 지층을 뚫고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과거의 기억을 재생하는 것은 무의식이 보내는 축복이라고 프로이트는 말한다.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직장인들의 재택근무, 각종 모임 취소, 학교수업 온라인 강의 대체와 관련한 기사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우리 일상을 강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4-02 09:00 섬광기억 섬광기억 우리는 크고 작은 상처를 경험한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잊혀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 있다. 며칠 전 카카오톡 방에 이상한 문구가 하나 떴다. ‘…당신의 개인 정보를 침해한 것에 대해 화 내지 않기를 바란다’는 글이었다. 무슨 일이지?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채팅방 나가기’를 클릭했지만 기능이 없었고, 숨김이나 차단 기능도 뜨지 않았다. 두려웠다. 내 이름으로 채팅방에 무단 침입한 사람이 내 방에서 나에게, 그리고 내 지인들에게 무엇인가 요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3-19 09:00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격리되는 삶을 살고 있다.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다. 이런 시국에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생각한다. 자발적으로, 스스로 고립을 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힘을 갖고 있다면 격리의 시간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만의 공간에 있는 고독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감은 눈에 여러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갔다. 몇 분 후에 눈을 떴다. 평소 알아차리지 못한 흰색 천장과 전구, 그리고 벽을 채우고 있는 그림과 책들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서너 평 남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3-05 09:00 60여년을 함께 한 남편이 떠난 후 60여년을 함께 한 남편이 떠난 후 ‘부부’라는 단어는 참으로 신기하다. 부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해 함께 사는 모습처럼, 다정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부부라도 언제까지 함께 할 수는 없다. 이혼을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헤어지게 된다. 영화 ‘노트북’의 마지막 장면처럼, 한 날, 한 시에 부부가 죽고 싶은 소망과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5일 전 출근길, 이웃집 어르신을 인근 병원에 모시고 갔다. 2차 의료기관에서 받은 어르신의 건강검진 결과표를 원장님께 보여드렸다. 결과를 보신 원장님은 “어르신, 이 정도면 잘 살고 계신 거예요.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2-20 10:30 더 나은 삶을 위한 금식 더 나은 삶을 위한 금식 사람을 안다고 하는 말은 조심스럽다. 결혼기념일을 26번째를 맞이한 남편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금식(禁食)이다. 그런데 요즈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않고, 내가 제시한 7일간의 해독과 보식을 두 번째로 하기로 했다. 아마도 지난 해 건강검진 결과로 인해 늘어난 나의 잔소리와 자신이 느끼는 신체적·심리적 불편감 때문일 것이다. 종합소견을 살펴보면 눈과 위, 대장, 폐, 복부, 간과 혈액 및 소변, 피부 등에서 정기적인 검사나 재검사를 요구했다. 평상시 운동하는 것을 즐겨하지 마음산책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2020-02-06 09:00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