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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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8.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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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중요한 기억의 저장고이다. 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자세와 표정, 억양, 호흡의 리듬, 걷는 방식 등은 몸이 저장하고 있는 기억을 반복한다.

중학생 J는 학교 가는 것이 싫다. 학교를 지각할 경우 친구들로부터 받는 시선이 매우 불편하다. J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집에서 게임할 때와 걸그룹 트와이스 유튜브를 시청할 때이다. 특히 트와이스가 컴백한 날은 가장 즐거운 날로 기억되며, 트와이스 멤버들의 뷰티, 리빙, 여행 카테고리로 구성된 품목을 구입하는데 용돈의 일부를 지출하고 있다. 더구나 깨어있는 많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J 부모님은 J 눈치를 살피며 강하게 훈육하지 못한다. 꾸중 할 경우 눈빛이 써늘해지면서 방문을 세게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J는 백일 때 고열로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소아성 난청으로 힘들어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손목 자해 시도와 공황장애를 경험했다. 더구나 성장하면서 눈썹 위 동전 크기의 혈관종 때문에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되면서 앞머리를 눈 위까지 기르고 약간 고개를 숙이면서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다.  

신체상(Body Image)은 자아(Self) 개념으로 자신의 외모나 신체 기능에 대해 갖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아동기 후반의 신체 변화나 사회문화 요인, 부모나 가족의 지나친 관심과 질병 경험은 신체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J는 자신의 신체와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한다.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주변인들과 감정적 교류를 하는 데 불편함을 겪는다. 세상에 태어나 경험한 고열과 난청, 공항장애 등이 편도체를 통해 저장돼 J를 힘들게 하고 있다. 

더구나 미디어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외모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이미지가 비교되면서 자신을 부정적으로 지각하게 되고, 신경질적으로 주변인들과 관계하고 있다. 특히 트와이스 멤버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통해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므로 일시적으로 심리적 만족을 충족시키는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다. 나 또한 과거에 배우 김혜수 씨를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가 출현하는 드라마, 그녀가 입는 의상에 관심을 가진 시절이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골격을 가진 연예인이라는 동질감 때문이었다.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큰 키와 뼈대 있는 내 모습이 매우 싫었고, 부정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자아상(Self-image)이 낮으면 자신의 몸을 동반자로 여기기보다 부끄럽게 여기고 함부로 대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나를 소중히 대해주기 원한다면 먼저 자신의 몸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 몸을 소중히 다루기 위해서는 몸의 강점뿐만 아니라 약점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한 외모는 없다. 누구나 약점이 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건강한 자아상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가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통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J는 상담을 통해 자신이 책상 정리를 잘 하고 학교에 가기 싫지만 자퇴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배드민턴이나 탁구를 즐겨하면서 복부 비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강점이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동화책 백설 공주에서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묻는 마녀는 자신이 제일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대상이 없어서 거울에게 물었던 것이 아닐까? 오늘 거울을 보고 자신에게 예쁘다고 말해주면 어떨까?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그럴 때 우리 몸은 우리 자신이 괜찮다고 기억한다. 나쁜 기억을 바꾸는 새로운 좋은 기억을 몸에 선물하면 어떨까? 그럴 때 우리 몸은 아름답게 변화할 것이다.

 

최명옥 <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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