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 없이 입맛 사로잡는 38년 경력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홍성인들은 물론이거니와 내포·예산·광천·광시 등의 인근 지역, 나아가 대천·서산·인천·전라도 광주까지, 가성비 맛집으로 소문나 각지에서 맛객들이 모여드는 곳이 있다. 이번 주 <홍주신문>이 소개할 ‘착한밥상(대표 김홍분)’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구간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점심시간이면 너른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한 맛집이다.
기자는 홍성읍에서 홍동면으로 이동할 때 이곳을 자주 지나갔다. 점심 무렵이면 늘 자가용과 사람들로 붐비는 풍경이 스쳤고, 그때마다 궁금증이 일었다. ‘읍내와 외곽의 경계에서 이토록 장사가 잘되는 이유가 뭘까?’
착한밥상에 들어서 메뉴판을 보자마자 한 번, 그리고 음식 맛을 보고 나서 또 한 번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바로 상호명에 걸맞은 착한 가격과 맛깔스러운 음식 때문이라는 것을. 메뉴판에 걸린 8개의 메뉴 중 기자가 주문한 건 ‘김치찌개+돌솥밥’ 단돈 만 원짜리 식사였다. 그런데 만 원으로 먹을 수 있는 양과 맛이 아닌, 하나도 빠짐없이 맛있는 10가지 반찬과 밥 한 공기로는 절대 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푸짐한 양이 차려졌다. 게다가 그냥 공깃밥이 아닌 누룽지까지 맛볼 수 있는, 마치 기름칠이라도 한 듯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는 돌솥밥이다.
김치찌개가 강불에서 세차게 끓어오를 동안, 반찬부터 맛을 본다. 뭐 하나 뒤처지는 것 없이 10개의 반찬이 전부 다 맛있다. 반찬만으로도 한 솥을 뚝딱 비워낼 정도다. 특히나 기자가 맛을 높이 산 반찬은 파래무침이다. 파래무침은 어지간한 손맛으로는 맛을 내기 어려운 반찬 중 하나다. 기자는 직접 만들면서 여러 번 실패했던 이 반찬을 착한밥상에서 원 없이 먹었다. 지나침이 없는 적당한 간과 원재료의 맛이 잘 전달되는, 계속해 구미가 당기는 맛이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 냄비에서 통으로 들어간 김치와 돼지고기를 꺼내 들어 집개와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다. 두 재료에서 상반된 감각이 전달된다. 힘 없음과 힘 있음, 두 개의 다른 감각은 하나의 성질인 맛있음으로 귀결된다.
김치찌개는 기자의 예상을 기분 좋게 비껴간다. 온도와는 다르게 산뜻한 맛이, 그 어떠한 맛보다 우위에 선다. 은은하게 감도는 신맛에 침샘이 분주해진다.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맛이 아닌,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김치는 육수에, 두부에, 고기에 제 것을 나누고선 더욱 맛있어진다. 살코기 8 : 비곗살 2, 이상적인 비율의 돼지고기는 군내 없이 부드러운 동시에 쫄깃하다.
약불로 줄이고 식사는 이어진다. 김치찌개는 서로의 맛을 내어주고 또 훔치면서 깔끔한 맛에서 서서히 진하고 깊숙한 맛이 된다. 이러나저러나 밥도둑임엔 틀림없다. 어느새 밥을 다 비웠는데도, 찌개와 반찬이 한참 남아있다. 다시 돌솥을 데려와 이번엔 누룽지를 탐닉한다. 눌어붙은 밥알과 구수한 숭늉을 후식 커피 마시듯 후후 불며 후루룩 비워냈다.
김홍분 대표는 스물다섯에 포장마차를 시작으로, 38년째 음식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 자리에선 3년이 채 안 됐지만, 읍내에서도 했었고 홍성의료원 앞에서도 오래 했어요. 여기로 옮기고 나서는 나이도 들고 했으니까 쉬엄쉬엄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장사가 너무 잘 돼서 바쁘네요.”
착한밥상의 메뉴판에는 백숙·주물럭·삼계탕 등의 주력 메뉴가 있지만, 곁들이이자 점심 전용 메뉴로 내놓은 김치찌개+돌솥밥이 이른바 ‘가성비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대표 메뉴 못지않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곳으로 옮겨 새롭게 장사를 시작할 적엔 김치찌개가 이렇게 많이 나갈 줄 몰랐어요. 백숙은 메뉴 특성상 점심으로 드시는 분들이 적잖아요. 그래서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를 넣었는데, 지금 저희집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인기 메뉴가 됐어요.”
김 대표는 한 달에 1~2회 150포기 정도의 배추김치를 직접 담고 있으며, 김치찌개엔 1년가량 묵힌 배추김치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기본으로 깔리는 10가지 반찬도 사들이는 것 없이 모두 직접 만들고 있다.
“철 따라 시장에 나오는 재료들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반찬은 거의 매일 바뀐다고 보시면 돼요. 양념게장도 제가 만들어요. 양념게장이 특히나 맛있다며 게장 드시러 오시는 손님들도 계세요. 저희는 손님들이 ‘반찬 좀 더 달라’고 하시면 뭐든 다 드리니까요. 양껏 드실 수 있죠.”
착한밥상은 두부를 제외한 전 메뉴에 국내산 재료를 사용한다. 김 대표는 발주를 넣어 배송받지 않고 농협하나로마트와 홍성전통시장 등에서 직접 장을 보고 있으며, “음식 맛은 신선한 재료가 우선”이라며 하루에 두 번 장을 보러 갈 정도로 엄선된 식재료만을 쓰고 있다.
스물다섯 어린 나이에 포장마차부터 시작해서 백반, 갈비찜, 백숙 등 주로 한식 위주의 가게를 운영했던 김홍분 대표는 메뉴판에 없는 음식도 손님들이 요청하면 뚝딱 만들어 낸다. 또한 손님들이 식재료를 사와 차림상을 요청할 때도 마찬가지다.
“외곽인데도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제가 할 줄 아는 거니까 해드려요.”
이렇듯 다양한 음식을 해내면서도 김 대표는 “아유~ 다른 사람들도 다 할 줄 아는 걸로 하는 건데요 뭘. 특별할 것도 없는데… 저는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제 느낌으로 하는 거예요”라며 연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착한밥상의 주메뉴인 토종닭백숙, 오리백숙, 오리주물럭, 녹두삼계탕에는 혈액순환 개선과 항산화,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닌 ‘황칠나무’가 공통으로 들어간다. 김 대표는 손님들의 건강을 고려해 기존에 쓰던 엄나무·꾸지뽕·헛개나무에, 전남 완도군 보길도산 황칠나무를 추가했다. 또, 생선구이의 경우 계절별로 시장에 나오는 생선의 종류가 들쑥날쑥해 때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고등어자반과 꽁치, 갈치, 가자미 등을 그때그때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우럭이나 민어를 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한 마리에 7~8천 원씩 하다 보니까 가격을 변동하지 않고서는 쓰기가 어렵겠더라고요. 가격을 올리기보단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생선구이를 드실 수 있게끔 한 거죠.”
혼밥을 즐기는 손님부터 여러 명이 함께 찾는 단체 손님까지, 이곳의 단골층이 넓은 데에는 널따란 주차장도 한몫한다. 덕분에 마을회관 노인회, 오서산·용봉산을 들렀다가 오는 산악회, 각종 대규모 모임 등 지역·인원·연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손님들이 착한밥상을 찾는다.
“손님들께서 ‘찾아온 만큼 후회 없는 맛이다, 가격이 저렴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씀해 주실 때면, 지치고 힘들다가도 큰 보람을 느끼면서 힘이 나요. 한 번 오신 분들이 계속 찾아주시는 것도 큰 기쁨이죠. 그래서 가격을 올리지 않고 저렴하게 유지하려고 해요. 변두리인데 읍내와 같은 가격이면 누가 여기까지 오겠어요. 무엇보다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물론… 그래서 많이 팔아야 조금 남는 식이긴 하죠.”
김 대표의 이런 마음은 서비스에서도 드러난다. 마을회관 노인회 손님들이 방문하면, 만 원짜리 상에 생선, 떡, 전 등을 더해 반찬 가짓수를 넉넉히 차려낸다. 이렇듯 후한 인심을 베풀 수 있는 건 그의 타고난 성정 때문인 듯하다.
“어르신들이라 제 마음 가는 대로 조금 더 신경 써드리는 거죠. 그래서 어르신들도 자주 오세요. 또 이게 제 건물이라 세를 내지 않으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예요.”
세를 내건 안 내건, 계산기를 두들겨 이문을 더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욕심 대신 자신이 가진 여유를 선택했다. 자신의 식당을 찾은 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듯, 그는 오늘도 신선한 재료로 맛있고 넉넉한, 그야말로 따뜻한 한 끼를 내놓는다.
◆착한밥상 메뉴
△황칠토종닭백숙 70,000원 △황칠오리백숙 70,000원 △황칠오리주물럭 70,000원 △황칠녹두삼계탕 15,000원 △삼겹살(1인 200g) 100g 7,500원 △생선구이+돌솥밥(2인이상) 1인 15,000원 △제육볶음+돌솥밥(2인이상) 1인 15,000원 △김치찌개+돌솥밥 10,000원
·주소: 충남 홍성군 홍성읍 홍장북로 236
·영업시간: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마지막 주문: 8시 20분)
·전화번호: 0507-1382-99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