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위치 고수”, “이전 검토 권고” … 군·의회 갈등만 증폭

농업기술센터(소장 전용완) 청사 건립 문제를 놓고 군의회, 농민단체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농기센터, 접근성과 예산 고려해 현 위치 고수
지난 1981년 신축돼 청사건물 노후화로 정밀 안전진단 결과 증축이 필요한 농업기술센터는 현 위치에 2354㎡의 면적으로 3층 규모의 청사를 증축하기로 하고 예산 52억 6000만원을 세웠다.
그러나 농기센터가 청사를 현 위치에 짓겠다고 발표한데 반해 의회가 외곽으로 벗어나더라도 좀 더 넓은 부지를 확보해 신축할 것을 제안해 증축을 보류하자, 농민단체들이 조속 추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98회 임시회에서 의원들은 농촌지도사업이 현장에서 농민과 접촉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며 다양한 기술을 보급하고 연구기능이 보강되려면 지금의 현 부지는 다소 좁고 부족하니 농촌지도사업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더 넓은 장소로 이전해 신축할 것을 권했다.
이에 농업기술센터 전용완 소장은 “이미 민선 4기 때 증축 계획안을 결정했고 민선 5기 때 의회 승인을 받아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지난해 광특예산까지 확보한 만큼 이제 공사 발주만 남은 상태인데 이제 와서 다른 장소를 알아보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농기센터를 타 지역으로 이전해 신축할 경우 사업 기간이 5~6년은 더 소요될 것이며, 이전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200억원이 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고, 사업이 늦어지면 이미 확보된 광특 예산 20억원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홍성군이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외곽으로 이전하면 타 읍면과의 교통 및 접근성이 떨어져 농업인 등의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밝히며, “농업 단체 등의 농업인들 대다수가 현 위치에 증축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회, 청사신축 막으려는 오해 풀고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충남지역의 시군농업기술센터 청사 현황을 살펴보면 금산군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군은 모두 도심에서 벗어나 ‘읍·면’ 단위로 이전해 청사를 신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의원들은 현재 농업기술센터 부지 면적이 협소하고 복잡해, 품종 개량 등의 연구기능이나 기술보급 사업을 실현하려면 차라리 예산과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외곽 지역이나 군유지 등을 고려해 청사 증축 문제를 재논의할 것을 강조했다.
이병국 부의장은 “의회에서 이전의 당위성에 대해 몇 번이나 말했다. 옥암지구가 개발되면 현 위치가 도시권이 되고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니 군유지 등을 활용해 넓은 곳으로 이전할 것”을 권했고, 김정문 의원은 “민선 5기 때부터 적당한 장소를 마련해 농업기술센터를 확장· 확대해 홍성군 농업의 토대를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굳이 현 위치만 고수하기보다 예산이나 소요 기간의 장기화 등 진통의 과정을 겪더라도 농업의 발전을 위해 숙고하자”고 제안했다.
오석범 의원은 “의회가 청사를 못 짓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예산 때문에 다른 곳은 안 되고 오로지 현 위치만 고수하는 단순 논리로 여기에 짓자, 짓지 말자가 아니다. 뭔가 변화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의회 의견을 왜곡해 전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태원 의원은 “득과 실을 파악해 와라. 평당 250만원 정도 되는 현 부지를 매각해 변두리 외곽에 평당 30만원짜리 땅만 구입해도 지금보다 10배는 넓은 부지를 확보해 제대로 된 청사를 신축할 수 있지 않겠느냐. 1~2년 늦으면 어떤가? 광특 예산 반납하고 예산이 100억, 200억 더 들더라도 진정 농민을 위해 생각하고 더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설득했다.
장재석 의원은 “타 시군의 장기적 계획을 분석해 한번쯤 고민해라. 의회가 앞장서서 농기센터 청사 신축을 막는 것이 아닌데 사방에서 왜 신축하지 못하게 하느냐고 항의 전화가 온다”고 밝혔으며, 김원진 의장은 “현재의 장소가 충분한지 고민할 것을 수없이 건의했지만 의회의 의견을 묵살하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염창선 부군수는 “현 위치에 청사를 증축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나름대로 기능 발휘에 지장이 없다. 원점에서 이전 문제를 논의하면 또 다시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기능 보강은 추가적으로 보충할 것이며 주변토지를 매입하는 등 마스터플랜을 정립하겠다. 견해 차이, 오해의 소지는 있을 수 있으나 집행부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했다. 다른 부지를 확보해 이전 신축을 하게 된다면 또 다른 행정의 신뢰성 문제가 있으니 차선이라 생각하고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농민단체, 농민들이 현 위치에 짓겠다는데 왜 의회가 반대하나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2시간이 넘게 진행된 간담회를 마치자, 참석한 농민 단체 회원들은 발언권을 요구했지만 김 의장이 다른 안건 처리와 의회 일정을 이유로 제지하자 큰소리가 오가며 한 동안 소란이 일었다.
한 농민단체 회장은 “간담회가 있다고 해서 바쁜 일손 멈추고 각 단체 2명씩 참석했더니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집 지키는 강아지처럼 뒤에 쪼르륵 앉아 있다가 그냥 가라고 하는 것이냐? 농민의 의견을 묵살하는 행위다. 5분도 시간을 내주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또 다른 농민단체 회원은 “농민들이 현 위치에 청사를 신축하겠다고 하는데 왜 자꾸 의회에서 반대하나. 우리 이야기를 듣고 방법상의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원들을 향한 불만의 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의원들도 “의원들이 우습나? 홍성군의 농업 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것인데 집행부에서 중간에서 뭐라고 전달했길래 의회에 와서 이런 소란을 벌이게 만드냐”며 집행부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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