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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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
  • 선상화 <청소년동반자시간제>
  • 승인 2020.10.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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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어느 날.
이전에 상담을 했던 내담자한데서 전화가 왔다. 지금 서울에서 내려가는 중이라며 잠깐만 만나달라는 내용이었다.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슬픔이 컸고,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 했던 내담자였는데 다시 본 그의 모습은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학교를 잘 다니고 있으며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말과 함께 수줍게 선물을 내미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스럽던지. 선물보다는 자신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내담자의 스스로 인식이 더 반갑고 고마웠던 것 같다. 함께 오셨던 아버님 또한 정중한 태도로 그동안 애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순간 뭐라 말씀을 드려야할지 몸 둘 바를 몰랐다. 

돌이켜보니 그 당시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말이었던 것 같다. ‘제가 한 일이 아니라 따님이 스스로의 힘으로 한 것이고, 그 과정 속에서 아버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가능했던 겁니다. 제가 한 일이라기보다는 저를 믿고 따라와 준 따님의 힘이 더 컸습니다. 많이 칭찬해주세요.’

그 한 주는 그랬다.
‘상담자로서 잘 하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내담자들과 진실 되게 만나고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내게 많은 내담자들이 위로를 주던 시간들이였다. 비슷한 시기에 상담 종결을 했던 내담자들은 상담자와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또 만나기를 희망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대인 관계가 어려웠던 다른 친구는 상담과정에서 또래 친구와 진심어린 소통을 하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 순간 힘들었던 시간들을 지금까지 버텨준 내담자가 고마웠고, 용기내서 진심어린 소통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마주하는 모습은 숭고해보였으며, 상대방의 진심을 확인하는 순간 내담자 눈에서 흐르던 눈물을 마주한 그 순간의 감격스러움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다. 그날 그 내담자는 ‘선생님이 최고예요.’라는 찬사를 남기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날 상담자로서 나의 모습은 더 나은 상담을 위해 수많은 교육과 서울, 천안을 오가며 수련을 하면서 ‘난 언제쯤 내담자를 전문적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나의 무능력함을 자책하곤 했었다. 하지만 올해 내가 만났던 내담자들이 보여준 반응은 이런 나의 인식을 변화시켜줬다.

상담사가 전문가이어야만 상담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협조 그리고 상담자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더 좋은 상담결과가 있으며, 그 길은 결코 단 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이다. 

상담자로서 초라함을 느꼈던 상담사와 누군가의 절실한 도움이 필요했던 내담자들. 그런 우리가 만나 함께 한 시간들의 의미에 대해 그 동안 함께했던 내담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나에게 당신의 소중한 마음을 보여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나 또한 위로를 받았으며, 힘을 낼 수 있었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상화 <청소년동반자시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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