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혁명 시대, 문해력
상태바
영상혁명 시대, 문해력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11.25 08:3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야흐로 영상문화의 시대다. 영상은 그 자체로 영향력이 크다. 문화산업은 경제의 한 축으로 급성장했고,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모양은 실로 놀랍다. 특히 영화, 게임, 광고, 관광, 마케팅 등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가열하다. 사회 기반 시설의 진화와 기술, 환경의 변화가 지속될수록 확산세는 뚜렷하다. 대다수 기업은 스토리텔링을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 브랜딩 등에 활용할 방법 찾기에 골몰한다. 상황에 맞는 스토리텔링, 목적에 부합하는 스토리텔링, 잘 짜인 스토리텔링은 기업의 명운을 가른다. 말과 소리와 몸짓으로 만들어내던 원시적 예술 형태가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한다. 말과 소리와 몸짓의 조화와 결합을 통해 만들어 낸 문화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표방한다. 모든 이야기, 노래, 놀이는 뭔가 대화로 풀어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오늘날 스토리텔링의 근원이 됐다.

문화산업과 기술의 결합은 놀랄 정도로 체험을 확장하고, 감각을 고급화시킨다. 문화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스토리텔링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스토리는 말로 전할 수 있어야 하며, ‘인물, 배경, 사건’에 세 가지 요소가 잘 섞여서 어떤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단위를 구성한다. 다음 단계인 플롯은 서사 작품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이다. 플롯에는 사건 간의 필연적 연관 관계가 있다. 현재 우리는 문자를 통해서만 이야기가 전달되던 시대를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시간이나 장소 불문하고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산다.

디지털 시대 이야기꾼의 역할은 아날로그 시대와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도구, 빛, 소리를 내는 기구 등으로 분위기를 조성해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 현대사회의 이야기꾼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다른 수단과 도구를 이용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으로 뭇 독자와 소통한다. 완성된 작품으로 온·오프라인 상에서 소통하고, 작가와 독자는 사회적 미디어를 기반으로 상시 쌍방향 소통한다. 디지털 시대의 독자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서 본인이 원하는 자료와 문학작품을 e-Book이나 PDF 파일 등의 형태로 내려받아 뷰어 프로그램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는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콘텐츠 양식, 색다른 소통양식을 구성하고, 더 나아가 사회 문화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한 사회의 문화는 정보의 양과 질을 규정해 주는 미디어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디지털화는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문학, 출판계에도 인쇄술 발명 때처럼 큰 파문을 불러왔다. 디지털 기술은 문학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문학의 진정성을 떨어뜨리고 저질화를 부추긴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디지털 기반 사회에서는 서점이나 도서관을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위키피디아,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어떤 책이든 검색해서 내용을 알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다양한 디지털 포맷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이렇듯 디지털 매체는 디지털콘텐츠를 디지털화하고, 계산, 기록, 저장, 가공, 배포, 재현하는 기술 도구로 디지털 코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전자 매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매체 변화를 겪어왔다. 뉴미디어가 출현하면서 기존 플랫폼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100여 년 동안 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포맷이 어떻든 간에 독서는 출판 분야의 중요한 문화 기술로 남을 테고, 종이로 된 인쇄 매체도 존치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사람은 인쇄 매체로 각종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문학작품을 읽는다. 지금은 디지털 매체인 스마트폰, 태블릿 PC, 전자책 전용 단말기, 랩톱 등으로 인터넷상의 온갖 자료와 수많은 책을 전자책이나 파일의 형태로 내려받아 읽는 비중이 높다. 기존 매체는 그 시대의 주요 무대를 혁신하는 형태로 발전해 간다. 이제 문학은 지식 전달자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지식 생산자가 돼야 하는 시대다.

문자 매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전화의 보급,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대중화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인터넷과 모바일, 클라우드 혁명은 또 다른 차원의 변화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문자, 이미지, 영상 등에 접속,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동영상 매체의 부상은 시대적 화두다. 동영상 정보 채널의 다양화,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 등은 동영상 중심의 미디어 환경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런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는 시간을 구획하는 방식, 정보 채널 선택, 미디어를 사용하는 감각도 변화시킨다.

막강한 영상의 지배력 앞에 문해력의 추락은 추레하다. 디지털 매체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기억력 약화는 더욱 심화한다. 읽고 쓰기의 모습도 바뀐다. 공동체 역량으로서의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다. 삶을 위한 리터러시가 주는 기쁨과 가능성을 체험하고, 멀티미디어와 문자가 공존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삶을 위한 리터러시는 인간의 삶이 어떤 국면에서 얼마나 입체적일 수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청운 2022-11-28 20:46:05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조호삼 2022-11-27 22:26:0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변화 문자에서 영상 영상의 역활은 더욱 확대될 것 같습니다. 특히 유트브~~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