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일회용품’ 축제 유감
상태바
기후위기시대 ‘일회용품’ 축제 유감
  • 신은미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10.19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일, 7년 만에 군민체육대회가 열렸다. 10년째 홍성에 살면서 그렇게 많은 주민들이 모인 건 처음 봤다. 읍면별로 모여앉아 응원을 하고 음식을 나누는 모습은 보기 좋았고 활기가 느껴졌다. 승패를 떠나 화합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애향심도 엿보였다. 

하지만 점심식사 상차림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저부터 국그릇, 밥그릇, 접시 모두 일회용품이었다. 술과 음료는 일회용컵에, 물은 모두 생수병으로 마셨다. 각자 필요한 만큼 먹는 게 아니라 한상차림으로 나오는 음식이라, 남은 음식은 다 버리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양도 상당했다.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대형 현수막과 애드벌룬, 행사가 끝나면 잘 안 입게 되는 단체복이나 모자도 엄연히 따지면 일회용품이나 다름없다.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위해 하는 체육대회일 텐데, 체육대회를 치르고 나면 우리 지역은 과연 더 살기 좋은 곳이 될까. 체육대회뿐만 아니라 다른 축제나 행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후위기시대,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쓰레기를 만드는 행사는 결코 좋은 행사일 수 없다.

실제로 충남도는 2020년 ‘축제에서의 쓰레기 저감과 재활용 정도’를 축제 성과 지표로 반영하는 내용을 중앙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동시에 도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고, 홍성군과 홍성군의회도 이번 달부터 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쓰레기문제는 국가는 물론 전 세계적 과제인 것이다. 행정의 의지나 정책이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제의 현장과 연결되고 주민들의 인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지난 8일 홍동면 문당리에서 열린 ‘유기농업 가을걷이 나눔축제’에서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기를 빌려주는 ‘식기대여소’를 운영했다. 음식종류에 맞는 그릇을 빌려 쓰고 반납하는 형식이다. 텀블러와 수저, 돗자리 등을 가져오는 참여자에게는 1000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축제장에서 쓰게 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정수기와 분리배출함이 놓여 있었고 별도의 기념품은 만들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크게 불편해하지 않았고 500명 이상 다녀간 축제치고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축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쓰레기 줄이기를 중요한 가치로 설정하고 그에 맞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먹고 즐기는 축제의 자리에서 쓰레기를 아예 안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쓰레기는 줄일 수 있다. 이번 군민체육대회에서도 장곡면은 뚝배기와 접시에 음식을 내고 새마을지도자회 남성분들이 설거지를 해 다른 읍면보다 쓰레기가 적게 나왔다고 한다. 홍동면새마을부녀회도 지난 새마을하계수련대회 행사에서 수저와 접시는 다회용을 사용해 쓰레기를 줄였다. 이처럼 할 수 있는 것부터 줄여갈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결단이 있다면 쓰레기는 줄일 수 있다. 

축제나 체육대회 식사를 간소화하거나 뷔페식 한 접시 식사로 하면 어떨까? 설거지를 새마을부녀회 어머니들이 떠맡는 게 아니라 제대로 일당을 지급하는 지역 일자리로 만들거나 자활센터의 식기대여사업을 활용할 수도 있다. ‘종이컵 하나 덜 쓴다고 뭐가 바뀌나?’ 수천 명이 참여하는 축제에서는 종이컵 하나만 안 써도 수천 개의 일회용품을 줄이는 셈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쓰레기만 줄이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 삶의 터전을 아끼는 마음,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종이컵 하나, 나무젓가락 하나라도 줄어든 다음 체육대회를 기대해본다.


신은미<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