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회장 등 지역일도 열심
예부터 홍주성 조양문 앞 넓은 도로를 따라 내걸린 상점들과 보부상들이 몰려 물건을 사고 팔던 곳으로 유명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조양문 거리는 현대식 건물로 변모했지만 그 곳에서 45년 사진인생으로 성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성수(60) 씨를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액자 안에 행복한 웃음으로 밝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이 걸려있고 유리데스크 안에는 오래된 골동품 필름카메라들이 빼곡이 들어 차있다. 희끗한 상고머리에 안경을 쓴 그의 모습에서 단번에 예술가의 향기를 느꼈다.
"사진이 좋아 48년 사진만 한 사람도 드물지요. 매일아침 사진관에 출근해 사진을 배워가며 이 일을 시작했어요. 젊은 날의 꿈을 이루며 살아서 저는 후회 한번 한적 없이 사진이 그저 좋았지요. 지금은 기계화 디지털화 되어 있었지만, 옛날에는 암실작업과 필름카메라작업이 많아 촬영하는 맛이 있었어요. 그때는 수요도 많았고요." 5~6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사진관에 촬영기사 4~5명이서 주말마다 보령 예산 홍성 광천 예식장을 뛰어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기술의 보급으로 사진관이용이 급격히 떨어져 지금은 소소하게 가족사진, 명함사진, 영정사진을 촬영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김 씨는 "어릴 때 남들보다 일찍 성공하겠다고 했는데, 사진을 배우고 서른 살에 사진관을 개업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엔 사진관하면 멋져 보였어요. 지금은 사진관을 하면 많이 벌지는 못해요. 아들딸들을 대학까지 다 가르치고 했으니 최선을 다해 살았겠죠?"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요즘은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일을 도모해 태영아파트 입주민회장일로 아파트관리운영을 돕느라 분주히 보내고 있다고.
김 씨는 갑자기 가게 뒤편으로 사라지더니 오래된 사진과 필름뭉치들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온다. 그 안에는 한복 입은 여인이 삼베 짜는 모습, 눈 쌓인 초가집 등 정겨운 옛 풍경들이 가득한 사진들이 세월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그 모습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가게 구석에 모셔둔 전문가용 중대형 카메라와 수동식 장비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가슴이 뜁니다. 여력이 닿는 한 70세까지 사진관을 운영하고 그리고 나서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사진만 찍고 싶어요."
훈훈한 인상과 성품으로 이웃들에게 맘씨 좋은 넉넉한 아저씨로 소문이 나 늘 성사진관엔 아침저녁으로 마실 오는 사람과 손님들로 화기애애하다. 김 씨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진관에 오는 손님들에게 행복한 모습과 추억을 만들어 주는 동네 사진관 아저씨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