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났다, 우리 성님 칼국수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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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났다, 우리 성님 칼국수 사장님
  • 이재인 칼럼위원
  • 승인 2018.08.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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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우리 사촌형님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
어깨너머 배운 칼국수 분점까지 내고 성업중


내 사촌 형 한 분이 있다. 그 분은 성격이 날카로운 면도날처럼 예리한 분이다. 어려서부터 집이 가난했고 책을 멀리했다. 배운 것이라고는 운전이 전부였다. 성정이 급하니 주행 중에 중상자가 발생했다. 당연히 운전을 할 수 없게 됐다. 생각 끝에 식당을 개업했다. 그러나 식당도 개업이 폐업이 됐다. 다른 사람들은 사촌 형이 식당을 경영하면 보나마나 실패를 한다고 발 벗고 나서 말리라고 나한테 종용했다. 그러나 나는 사촌 형에 대한 한 오라기 기대가 있었다.

사촌형은 남달리 개성이 강했다. 옷 색깔이 언제나 강렬하고 특이한 것을 걸치고 다녔다. 그러니 별명이 ‘날날이’였다. 누가 귀에 거슬리면 부엌의 식칼이나 곡괭이를 들고 나서서 싸움판을 벌였다. 그래도 나한테는 형님에 대한 한 오라기 기대가 있었다. 다름 아닌 형의 남다른 개성과 기질이 재산이란 믿음이다. 이런 형한테 나는 식당 개업을 추천했다. 형수가 발 벗고 나서 나를 원망했지만 자식들이 얻어준 전셋집을 빼 간이 칼국수 집을 열었다.

어려서 가난했기에 어깨 너머로 어머니께 배운 밀가루 반죽, 적당한 간으로 소금 뿌리기, 알맞은 숙성 후에 나무 도마에서 박달나무 방망이로 밀어내기 등을 눈에 담았다. 은빛 나는 칼이 아니고 무쇠 대장간 칼로 알맞게 썰어 해물이 우러난 무쇠솥에 건져 올리는 것을 배웠다. 더욱이 호박을 세세하게 썰어 익힌 다음 그것을 칼국수 위에 얹는 모습을 사촌을 비롯해 우리 형제들이 눈에 익혔다. 드디어 식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칼국수 식당을 조용히 개업을 해 지금은 성업 중에 있다. 손님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가까운 이웃에 분점까지 냈다.

요즘 식당 개업이 곧 폐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잘 되는 곳이 지역마다 골짜기마다 숨어있다. 텔레비전 인기 프로 이런 것만 보고 베끼니 영혼 없는 스프나 국물로 승부를 거는 어리석음을 연출한다.

인간은 모두 창조주 하나님께서 각기 나름대로의 달란트를 주셨다. 이 달란트를 효과 있게 활용하는 방법이 책에 쓰여 있다. 책을 멀리 했으니 ‘창조와변용’을 모른다. 사촌 형은 오십년간 실패의 연속으로 딸아이 혼수마저 팔아먹다가 겨우 내 조언을 듣고 개업해 벌집처럼 난리다.
식당을 남들처럼 하니 인기는 물론 영혼이 없는 식단으로 무안을 불러오게 만든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는 남다른 정성과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르다는 말은 변별력이다. 변별력이 있어야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 IT를 빙자해 아날로그식 경영이 아우성이다. 그러나 개성 있게 나만의 연구와 위생과 영양 가치를 다르게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는 평생 해야 남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다. 이런 무더위 속에 선풍기 틀어놓고 조선말 조희원 대감댁 어부인이 기술한 ‘음식 방문이니라’를 읽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어이, 식당 하러 준비하는 친구여, 내 음성이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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