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화두, 충청정치권 '요동' 선진당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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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화두, 충청정치권 '요동' 선진당 '위기'
  • 한관우 편집국장
  • 승인 2009.11.2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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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지방선거, 충청발 정계개편 '핵폭풍' 가능성

충청의 정치권과 민심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현상의 핵심엔 행복도시 세종시와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 이완구 충남지사, 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있다. 지난 9월 7일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심대평을 꼽았다. 대전에서 28.1%, 충남에서 31.1%로 단연 1위다. 

대전, 충남에서 3위와 2위를 차지한 이회창과는 무려 10%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반면 심대평 탈당의 책임자로 이회창을 대전(30.7%)과 충남(29.5%)에서 1위로 꼽았다. 폴리뉴스와 모노리서치의 9월 15일 여론조사에서도 심대평 25.1%, 이완구 충남지사 22.5%, 이회창 선진당 총재 8.5%로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지난 15일 모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충청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37.3%)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9.6%), 유시민 전 장관(8.9%) 등에 이어 이회창 총재는 충청권에서 7.2%로 나왔다. 당 지지도도 12.4%로 민주당 25.9%, 한나라당 22.2%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전·충남에서는 '심대평 브랜드'가 자리 잡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따라서 친노세력의 '국민참여당'과 함께 '심대평 신당'의 창당,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및 이완구 충남지사의 행보가 세종시 문제와 맞물려 정계개편의 핵폭풍으로 등장하는 형국이다. 

사실 법률 개정이 관건이겠지만 내용적으로는 세종시의 원안추진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저녁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원안 수정'  문제를 사과하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변경키로 한 수정안을 설명한 후 이를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떠돌고 있다. 

여기에 지역정당을 자처하는 선진당 의원들은 세종시가 걸린 정운찬 국무총리 인준 청문회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결정타도 없었고, 논리적 격파도 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였다는 평이다. 이를 국정감사에서 만회하지 못하면서 세종시 논란을 계기로 텃밭 사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군소정당의 한계라는 설명에 설득력이 더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회창 총재가 대선후보시절 세종시와 관련 '현실성 없는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반대해 놓고, 이제 와서 세종시 원안사수를 외치는 문제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종시 논란, 정계 개편 촉발 

반면 세종시 '원안+∝'를 제시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영향력은 확산되는 추세다. 자유선진당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지역에서 패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28 재보선 충북지역 선거에서 선진당 후보가 4.36%의 득표로 참패한 데서 드러났듯 이미 충북에서는 선진당의 존재감이 커다란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전과 충남지역은 선진당이 내년 지방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지역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번 18대 총선 때와 같은 선진당 바람은 이제는 불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이 지난 총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성격이 바뀔 것으로 보는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 논란에서 선진당과 이 총재가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유권자들은 지역정서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은 충남에서의 주도권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하고 있는 이유다. 결국 세종시는 이 대통령을 공격하고 충청 민심을 응집시킬 호재이지만 자유선진당의 목소리가 부각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친노세력의 '국민참여당' 창당,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탈당, 신당창당 카드, 심대평발 신당창당 등으로 인해 선진당의 기반이 충청지역에서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완구 충남지사 "내가 할 말이 서서히 다가온다"
 
정부가 세종시의 성격을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변경키로 하면서 한나라당 소속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이 흔들리고 있다. 단연 화두는 세종시문제다. 일부 단체장은 한나라당 탈당을 강력히 시사해 향후 행보가 주목되기도 한다. 이완구 충남지사와 정우택 충북지사, 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 24일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행복도시 건설현장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충청권 시·도지사는 공동성명에서 "최근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움직임으로 인해 당초 원안추진을 기대했던 충청인들이 느끼는 좌절감에 깊은 공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전제하고 500만 충청인의 의지와 열망을 모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민적 합의로 결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반드시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권 3개 시·도지사가 회동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충청권 시·도지사들이 세종시 원안 사수를 공동 성명을 통해 다시 강조한 것은 내년 선거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충남지역 시장․군수도 세종시 원안 촉구를 위한 공동 성명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충청지역 단체장들이 결단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기초단체장들까지 합세할 경우 탈당도미노 현상까지 점치고 있다. 

충청지역 한나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짙게 깔리는 형국이다. 일부에서는 시·도지사들에게 정치적 결단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충청지역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당 등 극약처방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완구 충남지사는 지난 23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문제에 대해 지사로서 다듬은 생각을 국민과 도민에게 말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해 탈당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지사의 성격상 세종시의 추이와 지역여론의 향배를 보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으로 판단된다. 오는 28일 예정된 이 지사의 오서산 산행도 어떠한 결심에 앞서 고향을 찾아 지지자들의 여론을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충청지역 중 충남의 민심은 세종시 여파가 가장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2월로 예정되는 심대평 신당이 현실화된다면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충남지역은 선거 때마다 민심이 심하게 요동치는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004년 총선 당시에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과반을 차지했으나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충남지사와 기초단체장 6명을 당선시켰다. 반면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이 10개 지역구 중 8개를 휩쓸었다. 

현재 여권에서는 각종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의 이완구 충남지사의 재선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 신당을 창당한다면 이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할 명분과 함께 박근혜신당후보로 출마 당선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대전과 충북으로 이어지면서 지방선거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는 전망이다.
또는 이 지사가 세종시 문제를 명분으로 탈당 심대평 신당으로의 출마를 통한 당선도 마찬가지다. 최근 충남민심이 세종시문제로 반한나라당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이 지사는 "대통령과 정부가 솔직하지 못하다"며 연일 세종시 추진을 촉구하며, 지역민심의 요구에 강경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충청 정치권, 정국 요동칠 수 있는 상황 

심대평 신당의 창당과 맞물린 이완구 지사의 탈당시사 발언 등 이래저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의 정치지형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사람들은 향후 충청의 정치권 지형의 재편 등이 정국주도의 최대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심대평 신당이 한나라당 친박계를 포함한 친박연대와의 연합 등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꺼내드는 요인이다.

충남지사 4선출신의 심대평이 이완구, 염홍철 등과 결합, 신․구 정치세력을 아우른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대평발 후폭풍이 충청권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심대평 신당 창당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박근혜, 심대평, 이완구 등이 중심에 서는 충청발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선진당으로선 심대평의 존재가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한 앞으로 세종시 논란의 향배를 좌우할 '숨은 변수'도 단연 심대평 이라는 관측이 많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왔을 때 심대평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충청권의 민심 흐름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대평 신당에 친 박근혜계의 탈당으로 이어지는 신당 창당 등의 결합이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과 맞물려 정국이 요동칠 수 있는 핵심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의 정국분위기는 세종시 수정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집권 2년차에 여당 내에서의 세력이 둘로 갈라져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기는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분열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분당 로드맵은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완성, 박근혜 전 대표의 수정안 거부, 박근혜 전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 친박계 국회의원·단체장·지방의원 등의 동반탈당, 박근혜 전 대표계의 신당 창당, 또는 심대평 신당과의 결합 등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및 차기대선 승리 등의 순으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다. 

친박계가 연말 또는 내년 초 국회에 제출될 '세종시법 개정안'을 반대하면 이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가 불가능하게 된다. 통과가 무산될 경우 이를 추진한 이 대통령과 친이계는 엄청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 측의 반대에도 이명박 정부가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인다면 박 전 대표는 모종의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된다면 이 대통령과 친이계는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박근혜 대표의 탈당과 신당창당 등의 카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종시문제와 관련된 대립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극적인 화해보다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근혜 신당'과 '심대평 신당'의 연합카드
 
박근혜 전 대표의 '신당 카드'는 친이계가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 201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야당 대표로서 공천권을 모조리 행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는 이미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분당 직전까지 갔다. 지금은 당선된 이후 대부분 한나라당에 입당했지만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창당, 총선에서 당선되는 힘을 발휘한 우여곡절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분당 확률이 높은 것은 내년 6월에 시행되는 지방선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항상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을 해 왔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정치권에서는 유일하게 탄탄한 지역기반과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능력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영남과 충청권을 휩쓸고 다닌다면 영남과 충청지역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은 집권당인 한나라당보다 '박근혜 신당'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전 대표가 탈당하면 수도권 출마자들도 상당수 고민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신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급격히 당세를 확장할 가능성이 큰 반면에 한나라당은 급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박근혜 신당'은 한나라당과 다시 합당, 한나라당을 접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당선과 생존을 위한 생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안들을 종합해 볼 때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10년 이상 몸담아 오면서 자신이 일으켜 세운 한나라당을 과감히 탈당해 여당이 아닌 야당으로 2012년 대권에 도전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표방한다면 적어도 70~8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의 권력인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미래의 새로운 권력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박근혜 신당'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박근혜 신당'은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에 이어 제3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자유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의원이나 심대평 신당과 연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정치적 파괴력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될 경우 선진당은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가능성의 이면에는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는 '정치인 박근혜'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가면 플러스 요인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미디어법 통과 당시에 박근혜 전 대표는 '그 정도면 괜찮다'며 친이계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박 전 대표는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 5~10% 하락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과 철저하게 대립각을 세워야 존재가치가 부각된다는 점을 여론조사를 통해 체험한 것이다. 다음으로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대선고지를 향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이른바 '콘크리트표'라 불리는 25~30%대의 고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기에 10% 정도는 더해져야 차기 대권을 확실히 거머쥘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이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요체가 바로 충청권 표라는 것이다.

대선에서 충청권 표가 늘 당락 갈랐다 

2002년 9월 30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했다.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충청권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드' 지역 출신으로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정치적 아이러니다. 또한 대통령선거 이후에는 어김없이 '토사구팽'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처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대파하는 경우에는 별 변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대중-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5대,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대결한 16대 대선처럼 30~50만 표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가 결정되는 선거에서는 중원의 충청권 표가 늘 당락을 갈랐다. 한 예로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39만557표차로 이겼다. 이 가운데 충청권에서 31만3137표를 앞섰다. 

이 후보는 고향인 충청권에서 두 번의 대선을 통해 처절하게 패배한 것이다. 이는 충청권 표심을 역할과 효력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결과다. 지금까지 17차례의 대통령 선출 과정에서 직선으로 실시된 11번의 대선 가운데 5․16쿠데타 이후인 1963년 10월15일 실시된 5대 대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충청권 표 1위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충청지역 출신으로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정치적 아이러니다. 또한 대통령선거 이후에는 어김없이 '토사구팽'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의 분명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론을 밀어붙이기로 한 데는 또 다른 표계산이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당장 여론 흐름은 불리한 쪽이지만,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을 때 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국민투표를 하자고 나선 것은 바로 그런 표계산의 반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셈법은 간단하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대립 구도로 가져간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당장은 정치적 약속 파기에 대한 불신과 저항이 적지 않겠지만, 여론의 승부처는 결국 수도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을 것이다. 수도권 지역주의만 자극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이어지는 2012년의 18대 대선, 19대 총선의 향방이기도 하다. 자유선진당은 내년 6월에 대전, 충남, 충북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에 목을 매고 있는 형국이다. 이 세 자리를 얻지 못할 경우 존립 근거가 없어지고, 당은 자연스레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선거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중간평가가 야당으로부터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충청권에서는 세종시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향한 지역유권자들의 비판적 시각도 만만찮다. 여기에 선진당은 심대평의 신당창당에 따른 대전․충청권의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연말을 고비로 지방선거를 앞둔 내년 초부터 충청지역의 민심이 어디로 어떻게 흐를지가 최대의 관심거리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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