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번뿐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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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 번뿐인 삶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9.10 08:3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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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크기에 비해 날개가 턱없이 작은 뒝벌은 주어진 신체조건으로 도저히 날 수가 없다. 뒝벌은 너무 날고 싶었다. 1초에 약 200회의 날갯짓을 수없이 반복했다. 과정은 너무 지난했다. 결국 뒝벌의 꿈은 현실이 됐다. 날아야 할 이유가 날 수 있게 한 거다. 그렇다. 어떤 일에 명확한 목적과 목표는 능력을 견인하는 거다.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찰지고 꿈이 현실보다 더 매력 있는 거다. 다만 꿈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하며, 인생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두 가지를 똑 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슈필라움’이 필요하다.

반면 닭둘기는 잘 날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는 신체구조로는 충분히 날 수 있는 조건임에도 그렇다. 왜 날지 못할까? 그 곁에는 항상 먹이가 풍부해서다. 날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거다. 그의 잠재능력은 서서히 퇴화돼 갔다. 그의 근황은 공원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여전히 인간이 던져주는 작은 적선으로 살아간다. 두 가지 이야기가 주는 함의는 목적이 있어야 능력이 개발된다는 거다.

작은 상회에서 시작해 삼성을 대기업으로 키운 사람은 고, 이병철이다. 그는 수많은 격랑 속에서도 반도체를 포함한 다채로운 영역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해 삼성 특유의 그룹체제를 완성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경제규모는 우리나라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한명 더 있다. 경제신화 주인공 고, 정주영이다. 그는 진취적인 기상과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현대’를 일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책도 썼다. ‘해보긴 해봤어.’ 등의 숱한 어록도 남겼다. 그들의 불명예라면 자본의 축적과 집중으로 독점기업 형태를 띠게 돼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거다. 그렇더라도 전 지구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출 증가세 둔화가 심각한 요즘, 그들의 이름은 위상이 더 크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사람은 모름지기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기술을 조합하는 것이 주요한 시대가 됐다. 시대는 한 우물을 파는 인재이되, 다른 우물도 팔 줄 아는 통섭형 인재를 찾는다. 여러 분야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거다. 이미 지구촌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국익을 놓고 약육강식 경쟁이 아주 첨예하다. 아무리 힘과 이익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국가 간 관계라고 해도 갈수록 정도가 지나치다. 이럴 때 일수록 삶의 경험이나 체험이 들려주는 진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주변을 관찰하며, 순간의 깨달음에 침잠해야 하는 거다. 갈 길이 멀다고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고, 시련과 난관이 막아선다고 돌아서면 후세에 너무 뻔뻔할 것 같다. 

히틀러 치하에서도 프랑스 지식인들은 항상 조국을 의식했다고 한다. 사적인 이해보다 조국의 위신을 훨씬 높게 쳤던 거다. 전후에 파리를 중심으로 철학이 창궐할 씨앗은 이미 그런 정신이 뿌린 거다. 조선중기 문신 허균은 낮은 것으로부터 평등을 꿈꾸다 능지처참을 당했다. 조선의 변혁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가 백성을 으뜸으로 생각했던 철학은 여전히 위대하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만 있겠는가. 그렇더라도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 서로를 위해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줄 수 있는 아량마저 내팽개치지 말아야 한다. 세상 눈치를 볼 필요 없을 만큼 투명하게, 지금껏 자신을 옭아매던 그늘에서 벗어나는 거다. 즐거워도 속되지 말고, 슬퍼도 비탄에 빠지지 않는 거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무작정 걸어가 보는 거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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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운 2020-09-14 09:01:59
교수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화이팅입니다^^

청운 2020-09-10 19:48:47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2020-09-10 12:40:11
원하는 것을 확고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야겠네요~

김용준 2020-09-10 10:01:42
우리는 아프게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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