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을 조절하게 해 주는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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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을 조절하게 해 주는 삶의 의미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12.03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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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존에 필요한 것은 물, 영양소, 산소이다. 그중 우리 몸이 에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과 같은 영양소가 필요하고, 영혼의 행복감을 위해서는 자유, 유능성, 관계라는 3대 요소가 필요하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삶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S는 40대 직장인이다. 얼마 전부터 H환자이송구급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센터에서 위급한 환자들을 병원에서 병원으로, 자택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자택으로 이송하는 운전기사이다. 환자를 빨리 이송해야 함으로 식사 시간을 놓칠 때도 있고, 더 빨리 가야 한다고 다그치는 응급구조사의 얘기에 화가 치밀 때도 있다. 하지만 도로에서 응급 벨을 울릴 때마다 길을 비켜주는 많은 차량들이 고맙고, 위급했던 환자들이 자신의 능숙한 운전 실력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를 전해들을 때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자부심을 느끼며 인생의 행복감을 맛보고 있다.

S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S를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어르고 달래셨다. 부모님의 권유를 받아들여 마지못해 대학에 들어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학교를 다녀 몇 년 후에 부모님께 졸업장을 보여 드릴 수 있었다. 이후 결혼과 취업을 했지만 잦은 이직으로 항상 부모님께 걱정되는 아들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장기가 파열되고, 고관절과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 매일매일 술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아내와 갈등이 심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폭력행위를 하고 말았다. 후회해도 그 행동은 반복됐다. 그러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고, S와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몇 년 후 S는 외국 여성과 재혼을 했고, 딸을 출산하게 됐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반복적인 폭력을 계속함으로 재혼한 아내와도 끝내 이혼하고 말았다. 노모의 도움을 받아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다. 엄마 없이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밀려와 혼자 눈물을 지으며 후회하곤 한다.

의미치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은 인간은, 최악의 상황과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으며, 존재에 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로 봤다. 그는 인간이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주요 동기를 가진 존재, 즉 ‘의미에의 의지(willing to meaning)’를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고, 무엇을 행하고 무엇을 사고하며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선택할 자유와 개인적 책임을 가진 존재로 봤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내담자의 자각을 최대화함으로써 무의미성이나 신경증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와 목적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고, 자기 인생에 대한 확고한 방향 설정과 결단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S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사고와 신경질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왔다. 머리로 이해되지 않거나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신경질적인 행동을 참지 못함으로 대인관계가 악화됐다. 화를 참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삶에 회의를 느껴 직장을 자주 이직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게 됐다. S는 환자들을 이송하면서 죽음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 됐고, 환자들보다 자신의 몸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평생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노모가 자신이 출퇴근할 때마다 좋아하시는 모습, 아빠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등교하는 것을 좋아하는 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S는 이전까지 행운이 비켜가는 사람이라고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동료와 상사 등으로부터 유능하다는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화가 나는 순간에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그 순간을 넘기려고 애쓰며 위기의 순간을 극복해가고 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 때, 사람은 정신적으로 길을 잃는다. 그러면 과거의 S처럼 자학하고, 화를 참지 못하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경험을 하면,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인생을 보게 된다. S는 어머니와 자녀, 그리고 상담자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므로 폭력적인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당신과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이 잊고 있던 삶의 의미를 알아차리게 해 주는 그런 멋진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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