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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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되면…
  • 박만식 주민기자
  • 승인 2021.05.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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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태어나신 아버지! 유교 집안의 장손으로 온갖 기대를 받으시며 교사가 되셨고 교사로 평생을 명예와 소신, 그리고 교육 헌신을 실천하면서 사셨습니다. 홍주고등학교 교사 시절 아버지는 만52세 되던 1991년 7월 17일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제자들을 가르칠 수 없게 되셨습니다. 재기를 위해 수많은 노력과 정성에도 아버지는 병마에 시들어 점점 사회와 멀어지게 되셨습니다. 

그래도 많은 제자들과 동료 교사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주위를 돌보시며 살아오신 아버님에게는 자존심이 있으셨고 또 교사로서의 기계가 있으셨기에 지금까지 잘 버텨주시며 살아 내시고 계시나 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반신마비의 몸으로 사신지 벌써 30년! 요양원에 누워 계신지 7년째입니다. 4남 1녀 막내로 고향인 홍성을 지키며 살고 있어 아버지를 홍성의 요양원에 모시게 된 지도 3년이 지났습니다. 

어버이날… 이쯤이 되면 남들처럼 어디 같이 나들이 갈 수도 없고 더욱이 코로나로 면회조차 힘든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가슴 아픈 건 아버님이 교사셨기에 느끼셔야 하는 스승의 날의 외로움입니다. 매년 스승의 날이면 어머님은 입버릇처럼 “일년에 스승의 날이 다달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스승으로서 많은 제자들이 아버님을 찾아뵙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감사함을 전했었는데 그것도 벌써 30년 전의 추억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제자 사랑이 유독하셨던 아버지. 제자 얘기만 나오면 신이 나셨던 아버지! 아픈 손가락, 자랑하고 싶은 손가락 차별 두지 않으시고 학생은 나라의 보배라시며 제자 사랑에 헌신하시던 모습은 이제는 사회라는 곳에서 잊혀지며 이제는 하늘로 가는 순서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너무 자상하셨고 또 때론 너무 강직하셨기에 어찌 보면 저렇게 외로우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맘때면 마음이 더욱 속상해지나 봅니다. 그래도 아버지에겐 몇 분의 진정한 제자가 계십니다. 서울 요양병원에 계실 때도 이젠 교감선생님이 되신 제자가 자주 오셔서 손발톱을 정리해주시기도 하시고, 금당초등학교 제자들은 단체 병문안도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오셨으니….

30년이 지나셨어도 아버지를 존경해주시는 제자님들이 계셔서 더 오래 버텨주시나 봅니다. 스승의 날이 되면 기쁘셔서 걸으시겠지 했던 저희 소망은 이제는 평온하게 사시는 날까지 5번만 아니 10번만 스승의 날 지켜보고 가시길 기원할 뿐입니다. 아버지의 휠체어 뒷모습에는 아직도 ‘난 교육자이다’라고 써있는 듯한 아련함이 묻어 계십니다. 아버지는 못난 막내에겐 늘 영원하고 존경하는 진정한 스승이십니다. 사랑합니다. 스승 박용상…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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