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최치원 선생 유적지 수목제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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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최치원 선생 유적지 수목제거 논란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10.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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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적지 정비공사 사업으로 시설공사·수목제거 진행
손환일 교수, “일부 수목은 몰라도 전부 제거한 것은 큰 실수”
군 문화관광과, “금석문과 고목이 공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밑동만 남은 고목의 뿌리가 금석문이 새겨진 바위를 감싸고 있다.

장곡면 월계리에 위치한 최치원 유적지에 있던 나무들이 지난해 말 전부 베어져 밑동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운 최치원 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한 이종근 전 홍성군수는 “최치원 유적이 있는 월계리 용연마을은 최치원 선생이 은거했던 곳으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두 물줄기가 합쳐지며 큰 못을 이뤄 최치원 선생이 이 계곡을 ‘쌍계’라고 이름 지었다. 최치원 선생은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찬양하기 위해 쌍계의 서쪽 암벽에 13개의 마애금석문을 남겼다”고 1995년에 세워진 안내판을 통해 밝히고 있다. 

지난해 최치원 선생 유적지 수목제거와 조경시설공사를 담당했던 군 관계자는 “장곡면 주민자치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충남도 주민참여예산사업이었고, 의견 제안부터 연구용역, 자문을 거쳐 실제로 수목 제거가 이뤄지기까지 1년 정도의 기간을 갖고 신중히 진행했다”며 “2번의 주민설명회를 열고, 전문가인 충남문화재 위원의 자문을 받아서 공사를 진행했던 만큼 금석문 유적지 환경 개선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충남문화재 위원을 역임한 손환일 교수는 “홍성군이 절차에 알맞게 일을 잘 진행해 행정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오히려 조경 사업을 해서 노거수를 가꿔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것은 전문가로서 자문을 맡았던 충남문화재 위원의 식견이 부족해 발생한 오류”라며 “금석문 주변에 있는 노거수들은 유적의 연대 측정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적 관광벨트화 사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어느 금석문 유적을 가도 주변의 나무를 그런 식으로 전부 제거한 것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금석문 유적 관광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수목 일부를 다듬는 조경공사라면 몰라도 전부 제거한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충남문화재 위원으로서 자문을 맡았던 진상철 한국전통대학교 명예교수는 “자문 당시 나무에 가려진 금석문이 보이게끔 일부 수목을 제거하거나 잘라내라는 지침은 전달했지만 수목을 전부 제거하거나 노거수를 제거하라는 지침을 전달하진 않았다”며 “당시 금석문을 전공한 전문가에게도 문의를 했었는데, 해당 금석문은 진위 파악이 어렵고 최치원 선생의 서체를 모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해당 유적은 최치원 선생이 남긴 금석문이 맞는지 진위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충남도에 신청했던 지방문화재 지정은 부결됐지만 향토문화재 지정을 받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왔다”면서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계곡에 새겨진 금석문에 이끼가 번식하거나 고목의 뿌리가 바위를 파고 들어가 글씨를 훼손할 우려가 존재해 지난해 말 정비사업을 진행했고, 고목도 중요하지만 금석문과 고목이 공존하긴 어려운 상태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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